광주과학기술원(GIST·총장 김기선)은 정의헌 의생명공학과 교수팀이 황호식 가톨릭대 의대 안과 교수(여의도 성모병원)팀과 공동으로 안구건조증을 인공지능(AI) 정량분석법으로 빠르고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11일 밝혔다.
안구건조증은 크게 눈물 생성이 잘되지 않는 수분 부족형 안구건조증과 기름층 생성 부족으로 인한 증발성 안구건조증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눈을 많이 사용하는 현대인에게 가장 많이 발생하는 것은 증발성 안구건조증이다. 마이봄샘(기름층 생성)은 눈꺼풀 안쪽에서 기름 분비 및 눈물막 형성을 담당하는 기관으로, 증발성 안구건조증은 마이봄샘 소실이나 기능 저하로 인해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마이봄샘을 촬영해 소실 정도를 파악하는 것이 안구건조증의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에 중요하다. 하지만 현재는 임상의가 환자의 마이봄샘 소실 정도를 0, 1, 2, 3점으로 주관적으로 판독해 정확성과 재현성이 낮다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실제 병원에서 촬영한 환자의 마이봄샘 사진과 새로 개발한 딥러닝 모델을 활용해 의사의 진단보다 더 빠르고 정확한 판독 결과를 도출했다.
여의도 성모병원에서 촬영한 1000장 마이봄샘 사진에 눈꺼풀 영역과 마이봄샘 영역을 표기한 뒤 두 명의 안구건조증 전문의가 마이봄샘 소실 점수를 매겼다. 이 가운데 임의로 선택한 800장을 GIST가 개발한 딥러닝 모델이 학습하도록 했다. 200장 마이봄샘 영상을 판독한 결과, 임상의의 판독 결과보다 더 일관되고 정확한 결과를 보였다.
이렇게 훈련한 딥러닝 모델을 고려대 안산병원에서 촬영한 600장 마이봄샘 영상에 적용한 결과, 여전히 AI가 임상 전문가보다 더 빠르고 정확하게 판독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마이봄샘 영상을 AI로 판독하는 딥러닝 모델을 이용하면 마이봄샘 소실을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연구팀은 모든 연구자료와 분석데이터를 누구나 온라인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공개해 관련 분야 연구자들이 새로운 AI 기술을 시도하고 결과를 검증할 수 있도록 했다.
정의헌 교수는 “안구건조증의 주요 원인인 마이봄샘 기능 이상의 원인을 AI로 판독하는 딥러닝 모델을 활용해 신속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판독할 수 있게 됐다”며 “실제 임상에서의 효용성을 평가하기 위한 전향적 연구와 상용화를 목표로 공동연구를 계속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황호식 여의도 성모병원 교수는 “이번 연구는 마이봄샘 사진을 촬영하는 상용장비의 데이터를 이용해 딥러닝 모델을 만들었기 때문에 의료 현장에서 손쉽게 의료기기에 적용해 안구건조증의 진단과 치료에 응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두 교수가 주도했으며 지스트 GRI(GIST 연구원) 및 보건산업진흥원 등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관련 논문은 안과학 분야 저명 국제 학술지 아큘러서피스지(Ocular Surface) 최근 온라인으로 공개됐다.
광주=김한식기자 h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