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프로골프투어(KLPGT) 신규 방송중계권 계약일정에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법원이 JTBC디스커버리가 제기한 'KLPGT 중계권 사업자 선정 입찰 2차 심사 및 평가 대상자의 임시 지위 보전과 입찰 절차 중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 16일 향후 5년(2023~2027년) 신규 중계권 우선협상 대상자를 선정하려던 KLPGT의 계획이 틀어졌다.
서울중앙법원 제50민사부는 10일 JTBC디스커버리가 제기한 'KLPGT 중계권 사업자 선정 입찰 2차 심사 및 평가 대상자의 임시 지위 보전과 입찰 절차 중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공공성과 공정성을 현저히 해친다'고 판결했다.
문제의 핵심은 KLPGT가 내건 입찰 조건이다. JTBC골프 측은 현재 중계권을 갖고 있는 SBS골프에 지나치게 유리하다는 입장이다. 골프계 전문가들 역시 JTBC골프 측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다. 골프 업계 관계자는 “KLPGT의 입찰 조건 자체가 SBS골프와 계약을 위해 재단된 느낌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KLPGT가 내건 입찰조건에 따르면 선정 기준 중 중계료 액수에 대한 배점은 35%에 불과한반면 KLPGA투어 발전방향 등 정성적 평가 배점은 65%다. 정규투어는 물론 2부, 3부 투어인 드림투어와 점프투어 그리고 챔피언스투어까지 대회 유치 및 상금, 운영비 지원 등이 포함된 정성평가 부분이 지나치게 높은 비중을 차지하면서 공정성 논란부터 KLPGT가 정작 중요한 중계권 금액이 아닌 다른 이유로 우선협상대상자를 임의로 선정할 여지를 남겼다는 의심까지 낳고 있다.
다른 스포츠 종목의 사례와 비교해도 이례적이다. 대한야구협회(KBO)는 입찰 가격평가가 60%를 차지한다. 게다가 KLPGT는 높은 정성평가 조건때문에 중계권 수입이 감소한 사례를 경험하기도 했다. JTBC골프는 6년 전 중계권 사업자 입찰에서 64억원을 적어낸 SBS골프보다 많은 100억원을 써냈지만 정성평가 항목에 발목이 잡혀 중계권 확보에 실패했다.
이번 신규 중계권 사업자 선정은 지난 6년 전과는 또 다르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골프인기가 급증하면서 KLPGA 몸값이 껑충 뛰었다. 2013년까지 10억원 수준에 그쳤던 중계권료는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64억원까지 올랐지만 이번에는 팬데믹 이후 갑작스레 커진 시장에 대한 기대치가 더해지면서 경쟁도 치열해졌다. 그동안 프로골프 중계시장을 양분하던 SBS골프와 JTBC골프 외에도 스포티비를 운영하는 에이클라와 종합스포츠채널 tvN스포츠를 개국한 CJENM은 물론 OTT사업자인 쿠팡까지 관심을 보였다. 이번 중계권 계약에 대해 5년간 100억원이 기본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그러나 KLPGT는 이런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중계권료 인상을 억제하는 모양새다. KLPGT는 입찰조건에서 '24시간 골프방송이 가능한 골프전문채널을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중계권 사업자가 이를 주관방송사로 선정해 자유롭게 제작 및 편성을 할 수 있는 업체'로 한정하면서 '컨소시엄은 구성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OTT업체는 물론 종합스포츠채널인 tvN스포츠도 이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입찰에 뛰어들 수조차 없는 상황이다. 경쟁을 부추겨 중계권료 인상을 시도해야 할 KLPGT가 스스로 제한을 걸며 중계권료 인상기회를 저버렸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KLPGT는 이에 대해 “안정적인 중계 확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KLPGT는 입찰조건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오자 지난 7월 20일 긴급이사회를 거쳐 독소조항으로 비판받았던 '법률적 이의 제기 시 KLPGT에 위약금 20억원 지급' 내용이 빠진 중계권 사업자 공개입찰을 21일 다시 공고했다. 8월 2일까지 서류접수 후 5일 1차 서류심사 결과를 발표한 뒤 16일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통보하겠다는 일정도 포함됐다.
이번 법원의 가처분 인용 결정에 따라 일정 차질도 불가피해졌다. 지난 5일 1차 서류심사 결과 발표를 통해 JTBC골프를 입찰 유의사항 미준수 등을 이유로 탈락시켰지만 법원이 JTBC골프 손을 들어주면서 스텝이 꼬였다. KLPGT는 '맞춤 입찰'이라는 의혹을 불식시켜야 하는 숙제까지 떠안았다. 투어발전을 위한다는 명분만으로는 이례적으로 높은 정성평가 배점이 들어간 입찰조건에 따른 논란을 잠재우기 어려울 전망이다.
정원일기자 umph1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