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계의 숙원인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을 위한 첫걸음이 시작됐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납품단가 연동제를 다음 달부터 시범 운영한다고 밝혔다. 참여기업 30여개사를 이달 말까지 선정해 6개월간 성과를 점검할 계획이다.
납품단가 연동제는 원자재 가격 변동분을 납품단가에 반영하는 것이다. 지난 2008년 처음 입법화가 논의된 이후 원자재 가격이 폭등할 때마다 제도 도입의 필요성이 대두됐으나 대기업과 공정거래위원회 등의 반대에 가로막혀 번번이 무산됐다. 이 장관은 “광복절을 나흘 앞둔 오늘은 중소기업이 오롯이 혼자 감당해야 했던 원재료 가격 상승의 부담으로부터 해방을 선언하는 날”이라면서 “상생의 문을 열고 새로운 도약을 위해 납품대금 연동제 시범운영을 시작한다”고 말했다.
중기부는 특별약정서를 마련해 위탁기업(대기업)과 수탁기업(중소기업) 간 계약서 작성 시 참고하도록 했다. 수위탁 기업이 특별약정서에서 정한 기준 가격의 변동에 따라 조정일마다 변동률을 검토하고, 요건이 충족되면 납품대금을 조정하는 식이다. 기준 가격은 런던금속거래소 등 공신력 있는 기관이 고시하는 지표를 원칙으로 하되, 기업이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다. 또 특별약정서를 일부 변경하거나 공정위 '하도급대금 연동 계약서'를 사용하는 것도 인정된다. 특별약정서는 12일 중기부 홈페이지에 공개된다.
시범운영 참여기업을 위한 인센티브 지원 방안도 제시됐다. 올해 하반기 참여기업에 대한 장관표창을 수여하고, 내년부터 정부포상 우대평가, 스마트공장 지원사업 선정 우대, 중소기업 정책자금 최대대출한도 100억원까지 확대 등도 지원하기로 했다.
정부는 제도 확산을 위해 홍보 활동을 전개하는 한편 기업문화로 정착되기까지 자율 협약을 지속 추진할 방침이다. 참여기업 대상으로 납품단가 연동제 만족도 조사, 애로사항 파악 등을 진행하고, 특별약정서에 개선·보완 사항을 반영해 현장 수용성을 높일 계획이다. 이 장관은 “원재료 가격 급등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 납품대금에 반영할 수 없었던 문제를 해결하는 첫걸음이 되도록 하겠다”며 “시범운영을 통해 자율적 확산을 추진하는 한편 납품대금 연동제 법제화 논의에도 적극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중기업계는 환영의 뜻을 표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날 “주무부처(중기부)가 입법에 발맞춰 시범실시를 추진하는 것은 제도의 효과적 도입과 안정적 정착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조재학기자 2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