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T, 생활환경 유해물질과 인지기능 간 상관관계 밝혀

BPA 노출에 의한 수지상 조직 및 가지돌기가시 수의 변화
BPA 노출에 의한 수지상 조직 및 가지돌기가시 수의 변화

안전성평가연구소(KIT)는 비스페놀A의 만성노출이 신경세포 기능에 영향을 미쳐 불안감 증가와 기억력 저하와 같은 뇌 질환을 야기할 수 있음을 검증해냈다고 밝혔다.

비스페놀A(BPA)는 휴대폰 케이스, 식품의 용기 및 포장재, 영수증 등 주변 생활환경에서 흔하게 접하는 화학물질로, 인체 노출 시 내분비계의 정상적인 기능을 방해하거나 혼란시키는 대표적인 내분비계 교란 물질이다.

신경세포(뉴런)란 신경계와 신경조직을 이루는 기본단위로, 전기화학신호를 발생시켜 자극을 받아들이고 신호를 전달함으로써 우리의 행동과 감정을 조절하게 된다.

이러한 신경세포가 많이 분포되어 있는 대뇌피질과 해마는 인지기능에 중요한 기관으로, 우리가 보거나 들은 정보가 단기기억으로 해마를 거쳐 대뇌피질로 전달되어 장기기억으로 저장하게 된다.

유전체손상연구그룹 가민한 박사 연구팀은 생활환경 유해물질 BPA가 이러한 신경세포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기 위해 쥐에 BPA를 만성 노출시킨 후, 대뇌피질과 해마의 시냅스 형성 및 기능을 확인하고 전기생리학적 평가와 행동 시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시냅스 형성에 주요한 역할을 하는 수상돌기가시 수가 대조군에 비해 30% 이상 감소함을 확인했으며, 흥분성 시냅스의 수가 대조군에 비해 35% 감소한 반면 억제성 시냅스 수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었으며 이를 통해 흥분성 시냅스와 억제성 시냅스 생성 간 불균형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BPA 만성노출이 시냅스를 구성하는 단백질의 감소를 야기하고 그 결과 시냅스 형성 장애와 기능 저하를 유발하며 불안감 증가와 학습 및 기억 능력을 저하시킴으로 인지기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상관관계를 밝혀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향후 이번 연구 결과를 토대로 일상 생활에서 흔하게 노출되는 비스페놀류와 같은 유해물질을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소재 개발이 시급하며 생활 속에서 노출되는 다양한 유해물질에 대한 인체 위해성 평가 연구가 더욱 활발히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KIT 독성기전연구부 이병석 부장은“이번 연구 결과는 화학물질 노출이 뇌 기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구체적으로 검증한 사례로써, 뇌 질환과 유해화학물질 간의 인과관계 규명을 위한 주요한 근거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또한 해당 연구팀은 뇌질환을 유발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유해 화학물질 탐색과 함께 높은 예측률의 신경독성 평가를 위해 인체 뇌 모사체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한편, 해당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와 기관 주요 사업 '생활환경 유해물질 대체 친환경 신소재 개발 및 플랫폼 구축' 연구 결과로 병리학 분야 상위 권위지인 'Disease Models & Mechanisms에 7월 게재됐으며 표지 논문으로 선정됐다.

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