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물을 활용한 글로벌 화이트 바이오소재 기업으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현대자동차 사내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2020년 스핀오프한 사성진 마이셀 대표의 목표다. 이 회사는 최근 프리A 투자라운드를 마무리 지어 누적 투자금 147억원을 확보했다. 투자 환경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척박한 친환경 분야에서 이룬 대규모 투자다.
사 대표는 2년차 '새내기 CEO'지만 회사 방향성과 비전만큼은 확고하다. 그는 “다양한 산업과 협업으로 발견된 새로운 시장에서 연속적인 경쟁 우위를 만들어 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마이셀은 버섯과 곰팡이를 활용해 대체가죽·대체육 등 산업·식품소재를 만드는 친환경 스타트업이다. 원재료 배양에서부터 소재화 연구, 설비 개발, 양산까지 직접하고 있다. 경쟁사와 차별화된 생물제조 프로세스를 개발해 일찌감치 주목받았다. 특히 버섯 균사체로 만든 가죽은 천연가죽과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물성이 뛰어나다. 가공 과정에서 사용하는 물 사용량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고 폐기물도 생분해도 가능하다. 마이셀이 다루는 버섯·곰팡이 기반 소재는 다양한 산업 소재로 확장성이 커 하나의 생산라인에서 다양한 소재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수 있다.
사 대표는 “글로벌 럭셔리 패션 브랜드 40곳 중 38곳이 대체 가죽 상품 적용을 검토하고 있고 자동차 등 여러 산업에서 친환경 가죽 소재 적용을 경쟁적으로 도입하고 있다”며 “이번 투자는 이러한 글로벌 수요 증가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가운데 마이셀만의 차별화된 생물제조 프로세스 개발 역량을 인정받은 결과”라고 설명했다.
투자금은 소재 양산 및 스케일업을 위한 장비, 설계 개발 및 프로세스 검증에 주로 투자될 예정이다. 또한 내년 세계 최초로 대체가죽 생산을 위한 스마트팩토리와 대체단백질 초기 생산을 위한 2만ℓ 연속 배양 설비를 구축할 예정이다. 이는 약 하루 최대 300㎡ 대체가죽 생산과 2톤의 대체육·단백질 원소재를 생산하는 규모이다.
대체육·대체단백질 시설은 국내뿐 아니라 싱가포르 등 동아시아 지역에도 구축할 예정이다. 대체육 시장은 동아시아 시장 수요가 커 향후 싱가포르를 해외 진출 거점지역으로 삼아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선다.
인력도 확충한다. 현재 22명의 인력을 올 연말까지 50여명으로 배 이상 늘린다는 계획이다.
사 대표는 “마이셀의 연구개발 영역이 다학제적인 성격을 띄고 있어 보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한 인력이 필요하다”며 “생화학, 물리학, 공조, 생물공정, 생체소재, 스마트팩토리, AI 등의 연구진과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추가 영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마이셀은 생물공정과 가공 과정에서 발생하는 산업부산물을 고부가가치 원료물질로 재활용하는 방안도 적극 모색 중이다. 이에 다양한 산업의 파트너들과 긴밀히 협의 중이다.
사 대표는 “마이셀만의 기술과 생각들이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이를 통해 소외된 이들과 미래세대, 인간을 둘러싼 생태계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지속가능한 재생시스템으로의 전환을 위한 거대한 움직임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