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비상대책위원회 출범 이후 실체적 비상 상황에 빠졌다. 윤석열 대통령과 당 지지율이 바닥을 헤매는 와중에 역대급 폭우와 수해복구 과정에 터진 막말 논란, 이준석 대표의 반격 기자회견까지 복합위기에 직면하면서 당론이 분열하고 있다.
이 대표가 신청한 비대위 출범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 심리가 17일 진행되면서 비대위는 첫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아직 비대위 구성이 완료되지 않은 만큼 그 결과에 따라 추진 동력에 많은 영향이 예상된다. 인용되면 비대위 자체에 대한 명분을 잃는다. 반면, 기각되면 이 대표가 정치적 타격을 입고 비대위는 본격적인 당 안정화 작업에 돌입할 수 있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현재 당 상황이 '최악'으로 평가받을 정도로 좋지 않다는 점이다.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더라도 이 대표는 계속해서 당원 모집 등을 통해 세력을 키워나갈 태세다. 이번 비대위 전환 사태에 대한 여진이 쉽게 가라앉기는 힘들어 보이는 이유다. 특히 대통령실은 인사 실패로, 당은 비대위 전환 이권 다툼으로 민생은 뒷전이라는 비난을 받는 와중에, 이 대표의 기자회견으로 여론전에서 밀리는 양상은 부담이다.
비대위 공식출범을 위한 9명의 비대위원 구성도 쉽지 않은 문제다. 이 대표가 윤핵관(권성동, 이철규, 장제원, 정진석, 김정재, 박수영 등) 실명을 거론하면서, 이들이 비대위에 이름을 올릴지를 두고 관심이 쏠린다.
우선 주호영 비대위원장과 함께 권성동 원내대표,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당연직으로 참여하고, 나머지 6명의 위원이 원내 3명, 원외 3명으로 구성되는 방안이 유력하다. 이들에 대한 계파, 지역, 세대 그리고 윤핵관 여부에 따라 비대위 운영 방안에 대한 전망이 쏟아지며 뒷말이 양산될 가능성이 높다.
당초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 취임 100일인 17일 전에 비대위 구성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비대위 첫 공식 외부 일정인 수해복구 현장에 터진 막말과. 이 대표의 기자회견으로 심사숙고하는 분위기다. 당 일각에서는 비대위원장의 비대위원 인선도, 지명받은 인물의 비대위 참여 결정도 모두 어려워진 상황이라는 평가다.
지금의 위기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비대위가 조기전당대회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힘을 받고 있다. 사실상 당권을 두고 벌어진 혼란인 만큼 전당대회를 통해 차기 당대표를 빠르게 선출하고 확실한 리더십으로 사태를 진화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더욱이 핵심 이슈였던 총선 공천권도 차기 당권 주자가 가져가는 것으로 결론을 내린 만큼 굳이 비대위 체제를 길게 끌고 갈 필요가 없는 상황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금 전당대회를 진행 중인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여러 논란에도 이재명 의원이 확실한 지지율을 앞세우며 리더십 기반을 마련하는 모습”이라며 “국민의힘도 계속되는 분란을 막기 위해선 전당대회로 당의 중심을 잡을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