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파운드리] '파운드리'로 생존 전략 짰다

삼성·TSMC 등 경쟁사와 협력구도
시장 최적화 제품 발빠르게 개발
각사 생산 반도체 칩 하나로 통합
칩렛방식 저비용·고효율 제품 생산

[인텔 파운드리] '파운드리'로 생존 전략 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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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파운드리 서비스(IFS)가 최근 미디어텍을 고객사로 품었다. 지난해 퀄컴을 고객사로 확보했다고 발표한데 이어 두 번째 초대형 고객사다. 대규모 시설과 생태계 투자 행보에 맞춰 가시적인 성과가 조금씩 엿보인다.

아직 갈길은 멀다. IFS 분기 매출은 1억~2억달러 수준으로 세계 1위 파운드리 TSMC에 견주면 1~2% 수준에 그친다. 후발주자인 만큼 반도체 팹리스 등 고객 확보에 시간이 필요하다. 선두주자와 경쟁할 차별화도 필요하다. 그럼에도 인텔은 파운드리 서비스를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다. 급변하는 반도체 시장의 생존법으로 낙점한 것이다. 인텔이 파운드리 시장에서 얻고자하는 것과 경쟁 우위를 다지기 위한 독자 전략이 무엇인지 이목이 집중된다.

◇파운드리 전략 '경쟁과 협력'...시장 대응력↑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반도체 산업 매출은 5835만달러를 기록했다. 사상 처음 5000만달러를 돌파했다. 가트너는 이르면 2030년 1조달러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도체 공급망 위기와 글로벌 경기 침체에도 반도체 수요는 꾸준히 늘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반도체 수요는 서버(데이터센터), PC, 모바일이 주도했다. 최근 전동화와 인공지능(AI) 기술 적용으로 수요 저변은 자동차, 가전, 통신 장비까지 대폭 확대되고 있다. 대외 변수에도 반도체 시장은 지속성장 가능성을 갖췄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인텔이 정조준한 것이 바로 이 반도체 수요다. 단순 시장 수요에 대응하는 차원은 아니다. 반도체 공급망 재편으로 적기에 시장에 공급할 수 있는 생산 능력이 중요해졌다. 기존 인텔의 CPU 생산 능력으로는 수요 대응에 한계가 있다. 겔싱어 CEO가 취임 후 파운드리 시장 재진입을 선언하고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배경이다.

인텔 파운드리 전략은 TSMC나 삼성전자와 결이 다르다. 가장 두드러진 차별점은 '유연성'이다. 인텔은 외장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에 진출하면서 필요한 생산 능력을 위탁생산(파운드리)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인텔 '종합반도체기업 2.0(IDM 2.0)' 전략 핵심 중 하나인 외부 파운드리 역량 활용 확대다. 파운드리 시장에선 경쟁자이지만 필요하다면 TSMC나 삼성전자 등 외부 파운드리를 적극 이용하겠다는 것이다. '경쟁과 협력'이라는 투트랙 전략이다.

인텔 전략은 파운드리별 특화된 제품과 기술력을 인정한 결과다. 시장 요구에 최적화한 제품을 신속히 개발하려면 인텔 역량으로만은 한계가 있다. 인텔은 CPU 생산 능력이 뛰어나다. 그러나 GPU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등 역량은 TSMC와 삼성전자가 앞선다. 각 파운드리별 최상의 역량을 취사선택, 신속하게 시장이 요구하는 제품을 내놓으려는 전략이다.

◇반도체 개발 패러다임 전환, '유연성' 확보로 IDM 2.0 실현

인텔이 경쟁과 협력 전략을 수립한 이유 역시 시장 변화에 있다. 가장 큰 변화는 고객 다양화다. 기존 큰 반도체 수요는 반도체 팹리스 중심으로 이뤄졌다. 애플 등 완성품 업체가 반도체 설계에 뛰어들어 위탁생산하는 사례가 많지 않았다. 최근에는 완성차 업체나 데이터센터 사업자들이 직접 반도체 개발에 나서고 있다. 저마다 필요한 반도체 성능과 요구사항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대표 사례가 테슬라나 메타(페이스북), 구글, 아마존 등이다. 이들이 반도체 팹리스처럼 잠재적인 파운드리 고객으로 전환되고 있다.

인텔은 CPU를 중심으로 소품종 대량생산 체제를 유지했다. 그러나 시장 패러다임 전환으로 이같은 방식은 더이상 유효하지 않다. 데이터센터 사업자가 원하는 CPU와 완성차 업체가 요구하는 CPU는 다르다. 단순 CPU뿐만 아니라 GPU나 메모리 결합 정도까지 변화를 줘야 한다. 결국 소품종 대량생산 체제 전환만이 시장 요구에 대응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인텔이 이스라엘 파운드리 타워세미컨덕터를 인수하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성숙공정을 활용하는 아날로그 반도체부터 CPU·GPU 등 고성능 반도체까지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 시장 저변을 넓히려는 시도다.

인텔 IDM 2.0 전략은 시장 요구에 부응한다. 우선 자체 생산 능력을 키워 수요에 대응하고 인텔 파운드리 서비스를 앞세워 고객사마다 서로 다른 세부 요구사항을 만족시키는 것이다. 결국 '경쟁과 협력' 체제는 인텔 파운드리의 '유연한 시장 대응'을 위해 불가결한 존재다.

◇패키징 고도화...'칩렛' 시장 역량 강화

인텔 IDM 2.0 전략을 뒷받침하는 핵심 역량은 패키징이다. 인텔은 2020년까지 10나노 이하 첨단 공정 전환의 어려움을 겪었다. 이 때문에 기술의 인텔 위상도 약해졌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인텔이 패키징 경쟁력에 대해 의심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인텔이 일찌감치 준비한 고속인터페이스 'EBIM'과 3차원(3D) 적층 패키징인 '포베로스' 등은 최근 주목받는 이종결합 반도체의 근간이 되고 있다.

이종결합 반도체는 CPU와 GPU, 메모리 등 서로 다른 반도체 칩을 하나로 묶는 것을 의미한다. 칩렛 방식이라고도 불리며 반도체 성능 향상과 비용 절감 방법론으로 각광받고 있다.

인텔이 노리는 것도 이 칩렛 시장이다. 인텔과 TSMC, 삼성전자 등 각 파운드리에서 생산된 여러 반도체 칩을 하나로 통합, 칩렛 형태로 고객에 제공한다는 전략이다. 인텔 자체 생산 능력 확대, 외부 파운드리 활용, 파운드리 생태계 강화 등 IDM 2.0 전략과 일맥상통한다.

첨단 패키징을 앞세운 인텔 IDM 2.0 전략을 대변하는 제품이 차세대 GPU '폰테 베키오'다. 폰테 베키오 제품 하나에는 반도체 칩 47개가 탑재됐다. 인텔에서 생산한 칩도 있고 TSMC에서 만든 칩도 탑재됐다. 나승주 인텔코리아 상무는 “(폰테 베키오는) 인텔 공정과 TSMC 공정 기술이 함께 사용됐다”며 “비용이 가장 효율적이며 반도체 생산 역량에 맞춰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든 것”이라고 밝혔다.

인텔은 포베로스 옴니, 포베로스 다이렉트 등 차세대 패키징 기술도 준비한다. 지금까지 축적해온 패키징 역량을 한층 키우려는 포석이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김지웅기자 jw0316@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