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가 일정상 반환점을 돈 가운데 초강성 야당 지도부가 탄생할 조짐이다. 당대표 선거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이재명 의원을 비롯해 지도부에 입성할 것으로 보이는 최고위원 후보들의 성향이 강성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지난 주말 대전 한밭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대전·세종 지역 합동연설회를 마친 뒤 권리당원 투표 누적 득표율을 공개했다. 이재명 후보는 누적 득표율 73.28%를 기록하며 1위를 고수했다.
최고위원 경선에서도 '친명'계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우선 정청래 후보가 누적 득표율 28.22%로 1위에 올랐다. 장경태 후보는 11.48%로 3위를 차지했고 서영교 후보는 11.06%로 4위를 기록했다. 친명 핵심 박찬대 후보는 당선자 커트라인인 10.68%로 5위였다. 친문계에서는 고민정 후보만이 22.11%로 2위에 오르며 자존심을 지켰다.
만약 이대로 전당대회 결과가 확정된다면 민주당은 '대 윤석열 정부' 투쟁에 최적화한 강성 지도부가 탄생하게 된다는 분석이다. 당대표·최고위원 선거에서 선전 중인 친명계는 물론 친문 몫으로 2위권에 안착한 고민정 후보 역시 강성으로 꼽히는 탓이다.
우선 최고위원 선거에서 1위를 달리는 정 후보는 꾸준히 민주당 내 강성 지지자들의 스피커 역할을 해왔다. 이를 증명하듯 정 후보는 최고위원 출마 이후에도 '당의 주인은 당원'이라며 당원 민주주의 강화를 외치고 있다. 특히 당대표 선거 직선제 도입 등도 공개적으로 외치고 있다. 다만 대통령 선거 운동이 한창이던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사찰이 징수하는 문화재 관람료를 '통행세'에, 사찰을 '봉이 김선달'로 비유해 거센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고 후보 역시 강성으로 분류된다. 그는 지난 14일 “문재인 정부가 한 것을 직권남용이라며 우리 동지들을 잡아내고 있다”며 “김건희 여사의 허위학력, 논문 표절,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등 소환조사 이뤄지고 있나”라고 반문했다. 이후 “하지만 정경심 교수와 김경수 지사, 계절을 바꿔가며 감옥생활하고 있다”며 사실상 대정부 투쟁을 예고했다.
서 후보는 현재 민주당 내에서 윤석열 정부 경찰 장악에 맞서 선봉에 선 인물이다. 지난 제21대 전반기 국회에서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서 후보는 최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향해서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서 후보는 “검찰의 정치화, 정치 검사의 광기가 도를 넘고 있다. 국민적 합의로 통과한 법을 시행령으로 검찰 마음대로 바꿔 운영하려고 한다”며 “검찰 공화국 야욕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한동훈 장관에게 경고한다. 선을 넘지 말라”고 말했다.
장 후보 역시 정치·언론·검찰 개혁 등을 언급하는 등 강성 메시지를 연일 내고 있다. 장 후보는 “국민께선 개혁을 명령했다. 정치개혁, 검찰개혁, 언론개혁 하겠다고 약속드렸다”며 “약속을 지키는 것이 강경하다면, 강경파가 되겠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사실상 당대표 선거에 나선 이 후보의 러닝메이트다.
특히 최근 이 후보와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에 대한 수사 등이 현실화된 상황에서 새롭게 출범할 지도부의 대 정부 투쟁은 필수라는 분석이다. 특히 최근까지도 정국은 이러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16일 박지원 전 국정원장과 서욱 국방부 장관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기록 삭제·조작 등의 혐의다.
이 후보 측은 민생에 우선순위를 두겠다는 입장이지만 권력기관을 활용한 정치적 공세에는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는 원칙을 세웠다. 특히 국민의힘 내 당권 투쟁이 심각해진 상황에서 민생과 정치 공세 대응이라는 투 트랙으로 정국을 풀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이 후보 측 관계자는 16일 전자신문과의 통화에서 “정치적 공세에는 단호하게 맞설 것”이라며 “특히 문재인 정부의 성과 등을 정쟁화하거나 훼손하려는 시도에는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최기창기자 mobydi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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