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에도 가공식품 물가 상승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 국제 곡물가 상승 여파가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통상 국제 곡물가격의 국내 수입물가 반영은 3~6개월 소요된다. 올 2분기 수입곡물 가격에 인상폭이 반영된만큼 식품물가 파급영향은 하반기에도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16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원재료 수입가격 상승의 가공식품 물가영향 보고서에서 가공식품 생산자물가가 작년 1분기부터 상승세가 본격화됐지만 소비자물가는 4분기에 상승세로 전환됐다고 분석했다. 이후 현재까지 상승 기조는 심화되는 모습이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가공식품 생산자물가의 전년 동기 대비 증감률은 2020년 4분기 1.6%까지 상승한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했고 올 2분기 8%를 기록했다. 가공식품 소비자물가는 작년 3분기에 2.2%까지 상승한 이후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고 올 2분기 7.6%까지 치솟았다.
가공식품 물가상승은 제분, 제당 및 전분, 식용유, 사료 등 수입곡물 가공품과 재가공품이 견인했다. 올 2분기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은 사료가 18.7%로 가장 컸고 이어 제분 17.8%, 조미료 및 유지 10.1%, 제당및전분 9.0% 순으로 나타났다.
국제곡물 가격은 2020년 하반기부터 상승하기 시작해 작년 하반기부터는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다시 급등했다. 작황 악화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국제곡물 가격(IGC GOI 기준)은 올 2분기 전년 동기 대비 25.5% 상승했다. 이는 국제곡물 가격상승 2년(2020년 2분기) 전 보다 84.2% 상승한 것이다.
식품 제조기업 8727개사 중 주요 생산품목이 수입원재료를 이용하는 업체 중 평균 원재료 제조원가 비중은 54~78%로 연구원은 추산했다. 품목별 원가 상승률은 올 1분기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인한 가공식품의 공급원가는 약 3∼41.5%씩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국제 원재료 가격 10% 상승에 따른 업종별 물가에 대한 영향계수는 제분이 3.96%로 가장 높고 이어 제당(3.95%), 배합사료(2.33%), 전분 및 당류(2.29%) 순으로 나타났다.
국제 곡물시장 위기에 따른 영향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곡물가격 변동성은 가공식품 산업과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커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이 시급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해외 곡물의 안정적 확보와 물가 영향 최소화를 위한 정책을 수행 중이지만 세제 및 금융지원 이외의 근본적인 대응책이 부재하다”면서 “국제곡물 위기 대응 수단 마련을 위한 국내 곡물자급률 제고, 해외농업개발, 곡물 유통망 진입 사업은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정책이 설계되고 대규모의 투자가 이루어져야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박효주기자 phj20@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