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18일 예정됐던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프로그램인 '새출발기금' 세부 계획 발표를 연기했다. 최근 새출발기금 관련 금융권 대상 설명회가 취소되고, 세부 계획을 발표하겠다고 공언했지만 관치 금융이 재현되고 있다는 논란을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앞서 원금의 최대 90%를 감면하는 새출발기금의 과감한 빚 탕감 정책을 놓고 도덕적 해이를 부추긴다는 논란이 지속됐다.
16일 금융위 관계자는 “새출발기금 관련 도덕적 해이·형평성 등 논란을 불식하기 위해 18일 금융권, 유관기관 등과 세부 사항에 대해 추가로 소통하고 점검하기 위한 설명회를 개최한다”며 “18일 예정됐던 새출발기금 운영 방향에 대한 발표는 이르면 다음 주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 10일 브리핑에서 업계 의견을 종합적으로 수립하기 위해 16일 새출발기금 관련 금융권 대상 대규모 설명회를 개최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대신 18일 새출발기금 관련 세부 계획을 발표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일각에선 관치 금융이 재현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다.
새출발기금은 올해 제2차 추경을 통해 코로나19로 인해 누적된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잠재부실에 대응하기 위한 채무조정 프로그램이다. 대출 상환 연체일이 90일 이상인 부실차주에 대해 원금을 최대 90%까지 감면하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이런 과감한 원금감면을 놓고 금융사의 손실부담은 물론 도덕적 해이와 함께 성실하게 빚을 갚은 차주가 역차별당하게 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금융위도 진화에 분주하다. 김주현 여신금융협회장은 최근 대통령 업무 보고 브리핑에서 “새출발기금의 논의 과정을 통해 제도를 조금 더 이해하게 되면 여러 가지 오해는 대부분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대영 금융위 금융정책국장도 “2004년 신용카드 사태를 겪고 신용회복제도를 만들었듯이 코로나 사태 최대 피해자인 개인사업자들에 특화된 프로그램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 새출발기금”이라며 “최대 90% 감면율은 기초생활수급자, 중증장애인, 70세 이상 등 상환능력이 없는 취약계층에 한해 적용되는 것으로 신복위 제도의 기본 틀과 금융권이 합의한 협약과 다르지 않다”고 강조한 바 있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금융위의 이번 조치에 수긍하면서도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한 은행사 관계자는 “금융권 대상 대규모 설명회를 취소하고 바로 세부 방안을 발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봤다”며 “기존에 금융위 기조가 설명회에서 크게 변할 것으로 기대하지 않지만, 이번 조치는 반길만 하다”고 말했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