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준법감시위원회가 삼성 지배구조 개선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준법위는 16일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서초타워에서 8월 정기회의를 열고 내부 거래 승인, 준법위로 접수된 신고나 제보와 관련한 보고 등 현안을 논의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8·15 특별복권 후 첫 회의로 주목받은 이 회의에 그러나 이 부회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이찬희 준법위원장은 이날 회의를 앞두고 취재진을 만나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선 문제에 대해 “위원회도 지금 계속 준비하고 있다”면서 “한번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지배구조 개선 과제의 진척 사항에 대해서는 “아직 공개할 정도는 아니다”면서 “좀 더 진행되면 말하겠다”고 답했다.
이 위원장은 이 부회장 복권에 대해 “국민과 국가 경제를 위해 더 큰 수고를 해 주시기를 기대한다”면서 “위원회도 철저한 준법 감시를 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언급했다.
준법위는 이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부의 요구와 삼성 내부에서 제기된 준법감시 수요가 결합해서 만들어진 외부 독립 기구다. 지난해 2월 공식 출범했으며, 현재 이 위원장이 2기 체제를 이끌고 있다.
재계는 이 부회장이 이날 회의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조만간 준법위와 만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보다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 3월 이 위원장에게 준법위 위원과의 만남을 정례화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바 있다.
이 부회장이 복권된 만큼 준법위가 지배구조 개선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삼성과 준법위는 이 부회장이 2020년 5월 대국민발표를 통해 4세 승계를 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뒤로 지배구조 개선안을 다방면으로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기 준법위는 지난 6월 7개 관계사 최고경영진과 처음으로 만나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한 차례 논의했다. 삼성은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지배구조 개편 관련 용역을 발주했지만 최종 보고서는 공개되지 않았다. 이 위원장은 지난 1월 총수 일가의 지배구조 개선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겠다는 비전을 발표하기도 했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