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최고 수준인 우리나라 상속세제를 개편해서 기업경영 불확실성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을 정부에 전달했다. 우리나라 상속세가 과도하게 높아 기업 경영 의지를 떨어뜨린다는 게 이들의 견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바람직한 상속세 과세체계 개편 방향과 과제를 담은 '원활한 기업승계 지원을 위한 상속세제 개선 의견'을 기획재정부에 제출했다고 17일 밝혔다. 전경련은 의견서에서 OECD 최고 수준인 국내 상속세율이 기업 경영 의지를 떨어뜨리고 투자·고용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경련에 따르면 우리나라 상속세 최고세율은 현재 50%이며, 기업 승계 시에는 최대주주 주식 가격에 20%를 가산해서 과세하는 규정(최대주주 주식 할증 평가)에 따라 최고세율이 60%까지 확대된다. 현재 OECD 38개국 가운데 20개국은 직계비속에 상속세를 과세하지 않고 있다. 상속세가 전체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최근 지속 증가, OECD 평균의 약 1.5배에 이른다.
전경련은 상속세제 개선 과제로 상속세율 인하 및 과표구간 단순화, 최대주주 주식 할증평가 폐지, 가업상속공제 적용 기업 확대, 유산취득세로의 과세방식 전환 등을 제안했다. 단기적으로 상속세 최고세율을 OECD 평균 수준인 30%로 인하하고, 과표구간을 5단계에서 3단계로 축소하는 방안을 건의했다. 나아가 중·장기적으로 상속세를 폐지하고 '자본이득세' 등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대 주주 주식 할증평가 규정 폐지도 요구했다. 최대주주 주식 할증 평가는 상속 과정에서 경영권 프리미엄을 주식가격에 반영하기 위한 것이지만 지금처럼 일률적인 할증률(20%)을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가업상속공제 역시 적용 대상을 확대해 대기업도 포함돼야 한다고 건의했다. 과세 방식을 기존 피상속인이 상속하는 재산총액 기준 과세인 유산세 방식에서 상속인이 상속받은 재산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유산 취득세' 방식으로 전환할 것도 제안했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상속세 세율 및 과표구간은 지난 2000년 이후 현재까지 22년 동안 개편되지 않아 경제·사회 구조 등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기업승계는 단순한 부의 대물림이 아니라 기업의 존속과 투자, 일자리를 통해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수단임을 인식해서 세율 등 과세체계 근본을 손질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