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자국산 전기차 우선 지원법을 포함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서명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바이든 정부가 우방국인 한국, 유럽연합(EU) 등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표심을 확보하기 위해 자국 우선주의 정책을 강행처리했다는 평가다.
최저법인세, 에너지 안보·기후변화 대응, 건강보험개혁 등에 총 7400억달러(약 910조원) 지출하는 것을 골자로 한 인플레이션 감축법안은 상하원 통과 후 이날 대통령 서명으로 최종 확정했다.
바이든 정부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2005년 대비 40% 감축하겠다는 국가온실가스배출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해 3750억달러를 투입할 방침이다. 그 일환으로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해 일정 요건을 갖춘 중고차에 최대 4000달러, 신차에 최대 7500달러의 세액 공제를 해주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조빛나 한국무역협회 브뤼셀지부장은 “법안에 따르면 세액공제 혜택의 절반은 전기차 배터리에 포함된 중요 광물의 일정 비율이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 국가나 북미에서 추출되거나 가공 처리된 경우에 부여된다”면서 “해당 비율은 내년 40%에서 2027년 80%로 단계적 인상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나머지 절반의 세액공제는 북미에서 생산 또는 조립된 배터리 구성품의 가치가 일정 비율 이상일 경우 부여되며, 해당 비율은 내년 50%에서 2029년 100%로 인상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미국 정부는 자국에서 생산되고 일정 비율 이상 자국에서 제조된 배터리와 핵심광물을 사용한 전기차만 보조금 혜택을 주기로 결정했다. 역외 생산 전기차뿐 아니라 전기차 배터리 원자재가 중국, 러시아, 이란, 북한에서 조달되거나 생산된 경우에도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했다.
당장 국내 자동차 업체의 미국 시장 확대에 적신호가 켜졌다. 현재 미국에서 판매 중인 현대차 아이오닉5, 기아 EV6는 전량 한국에서 생산되고 있어 법 시행으로 보조금 혜택에서 한국산 전기차가 빠지면 판매량이 급감할 전망이다. 내년 아이오닉6와 EV9 등 신규 라인업을 투입해 미국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현대차·기아 등 한국 완성차 업체도 한국자동차산업협회와 산업통상자원부를 통해 미국 행정부와 의회에 항의 서한을 보냈다. EU 집행위 또한 미국의 자국산 전기차 세액공제 혜택이 세계무역기구(WTO) 차별금지 협정을 위반했고 양자 간 기후변화 대응 협력 훼손을 초래할 것이라며 법안 철회를 강력히 요구했다.
조 지부장은 “현재 EU의 경우, 전기차 보조금을 EU 역내 외 생산 모든 전기차에 동일하게 적용한다”면서 “EU는 글로벌 통상규범을 준수하고 온실가스 저감 등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에 부합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EU는 지난 바이든 행정부 2년간 양측이 트럼프 행정부 이후 발생한 다양한 갈등을 해소해온 경험을 언급했다”면서 “새로운 통상장벽에 따른 협력 관계 훼손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덧붙였다.
이준희기자 jh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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