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생활에서 가장 큰 변화의 하나는 디지털 혁명이다. 이 가운데에서도 핀테크 발전은 변화 속도를 따라가기 어려울 정도다. 불과 10여년 사이 증권과 은행권은 급격히 디지털로 전환, 산업 전체가 변화했다. 증권사 객장에서 업무를 보는 이들은 거의 사라졌고, 은행도 점포를 방문해서 통장을 개설하거나 자금을 이체하는 등 대면 업무가 급감하는 추세다.
비대면 디지털 금융이 이제는 우리의 금융생활에 깊숙히 자리 잡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같은 금융 영역에서도 보험만은 예외다. 보험의 디지털전환은 지지부진하다. 이유가 뭘까. 이는 기술 문제보다 보험산업의 특이한 구조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보험을 대표하는 판매 채널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된다. 첫째 전통 영업방식인 보험설계사를 통해 판매가 이뤄지는 오프라인 판매 채널, 둘째 사이버 마케팅(CM)으로 대표되는 온라인 전용 판매채널, 셋째 인슈어테크 기반의 온라인과 대면 조직인 오프라인이 결합된 하이브리드 판매채널이다.
파이낸셜 컨설턴트(FC) 또는 파이낸셜 플래너(FP)가 중심이 되는 오프라인 채널의 경우 고객과 대면을 기반으로 연령·직업·성별에 부합하는 다양한 상품 라인업을 제공하는 한편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한 반면에 가망고객(보험에 가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사람) 확보의 어려움과 수수료 편취(일명 '먹튀')나 영입비용 부담 등 경영상 리스크가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CM, 텔레마케팅(TM) 등 온라인 채널은 소비자에게 저렴한 보험료와 가입의 편의성 제공이라는 장점이 있는 반면 상품 라인업이 빈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싼 보험료로 유혹해야 가입하기 때문에 미니보험 형태 상품이 주로 진열대에 올라 있다. 즉 포괄적인 보험 보장을 받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이는 카카오·네이버·토스와 같은 빅테크 기업이 인슈어테크 시장 진출에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국내 대형 금융회사가 설립한 디지털보험사 또한 적자와 경영의 어려움에 직면한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이 같은 관점에서 볼 때 전통 오프라인 채널과 온라인 채널의 보완을 위해 앞으로의 보험 판매는 하이브리드 체계로 개편돼 갈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하이브리드형 판매채널은 빅데이터·인공지능(AI) 등 기술이 소비자를 위한 최적의 보장 분석과 상품 추천에 반영되고, 이를 기반으로 보험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최종 가입이 이뤄지는 상호보완적 판매 형태다.
현재 인슈어테크 기술력은 빅데이터를 활용한 AI가 챗봇을 통한 보험 추천, 건강정보를 기반으로 한 헬스케어 연계 서비스, 운전습관을 반영한 자동차보험료 연동, 위치 기반의 간편손해보험 가입까지 진화했다. 여기에 AI 보험설계사도 출현했다. 하지만 이와 연관된 전용 보험상품 개발은 부진한 상황으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소비자 맞춤형 판매 단계까지는 도달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앞으로 보험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기존 인슈어테크 기술력이 보험상품 개발로 확대되고 최종적으로는 소비자 요구를 반영한 온디맨드 보험상품으로 판매되는 맞춤형 하이브리드 보험 채널의 성장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 같은 움직임이 시장에서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최근 금융시장에 새롭게 진출한 핀테크 업체들은 기술 기반 디지털 마케팅을 기반으로 대면 영업 조직을 구축하는 추세다. 반대로 대면 영업 중심이던 전통 법인보험대리점(GA)은 디지털 역량 강화를 통한 고객 데이터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상호보완적 발전을 통해 국내 인슈어테크 시장은 점진적으로 성장하고 진화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 과정에서 소비자 만족도 극대화가 뒤따르게 될 것이다.
서민 인슈로보 대표 suhmin@insuro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