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신임 '순경'을 만나 승진과 보직에서의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순경은 경찰 최하위 직급으로 일명 '10급' 경찰공무원으로 불린다. 경찰 내 엘리트라 불리는 경찰대와 간부후보생 등은 '경위(7급)'로 임관한다.
윤 대통령은 19일 충북 충주 중앙경찰학교에서 열린 신임경찰 제310기 졸업식에 참석해 “범죄 현장 최일선에서 근무하는 순경 출신 경찰관이 승진과 보직 배치에서 공정한 기회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기본급 공안직 수준 상향 △직무 구조 합리화를 위한 복수직급제 도입 등도 거론했다.
윤 대통령의 이같은 언급은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 반발을 경찰대 출신이 주도하면서 정부가 경찰대 개혁 드라이브를 거는 것과 무관치 않아보인다. 국민과 더 자주 접촉하는 순경 출신에게 힘을 싣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도 이를 감안한 듯 현장 치안력 강화를 위한 정부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순경 출신들은 경찰대 설립 이후 승진과 보직 등에서 차별을 받아왔다는 불만이 많았다. 경찰국 신설 논란 과정에서도 경찰대 출신과 달리 급여 향상과 복수직급제 도입을 요구하는 이들이 많았다. 행안부도 최근 경무관(3급) 승진자 중 순경 등 일반 출신 비율을 3.6%에서 20%까지 확대하기 위해 복수직급제를 도입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개혁안을 내놓은 상태다.
윤 대통령이 '경찰의 처우 개선에 최대한 노력하겠다' '과학적이고 전문적인 치안 서비스를 위한 충분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등 처우 개선을 약속하자, 신임 순경들 사이에선 환호가 나오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 경찰의 권한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크게 확대됐다. 이제는 그 책임에 걸맞은 제도와 시스템을 갖춰 국민에게 신뢰받는 경찰로 거듭나야 한다”며 “낡은 관행과 과감하게 결별하고, 투명하고 민주적인 절차에 따른 조직관리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헌법과 법률이 정한 바에 따라 경찰 제도를 운영해나갈 것이며 경찰의 중립성을 보장할 것이다. 여러분 한분 한분이 국민의 삶을 지키고 보호하는 제복 입은 영웅임을 잊지 말라”고 당부했다.
한편 졸업식에는 김건희 여사를 비롯해 신임경찰 졸업생 2280명(남자 1708명·여자 572명)과 경찰 지휘부, 졸업생 가족 등 9000명이 참석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 등 정부 관계자도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졸업식 이후 20·30대 청년 경찰관 20명과 간담회를 가졌다. 윤 대통령은 “저도 법을 위반한 사람을 조사해서 소추하는 일을 오랜 세월 해왔습니다만, 현장에서 발생하는 사건을 오랜 세월 대했기 때문에 일선 현장 경찰관들이 얼마나 힘들고 난감한 상황에 자주 처하는지 나름 잘 알고 있다”며 “오래 전부터 생각해온 게 우리 경찰이 과학 기반 위에 더 전문화돼야 한다. 치안 위급 상황에서 현장에 달려온 경찰이 우수한 장비를 갖고 전문가답게 상황을 대처하면, 국민이 경찰의 치안 능력에 많은 신뢰를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간담회에는 태권도 세계대회 금메달리스트 출신을 비롯해 과학치안 아이디어 공모전 1위를 한 이력 등을 가진 경찰관들이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과학 기반과 전문가 양성이 매우 중요하다”며 배석한 경찰청, 행안부 관계자에게 전문가 재교육 지원 프로그램 마련 계획을 재차 주문했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