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에너지 안보·탄소중립 전환 <6>재생에너지 보급 목표와 과제
재생에너지가 급속하게 확대되면서 전력수급 불균형이 초래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재생에너지가 에너지원별로는 태양광, 지역별로는 호남 지역에 편중되면서 당장 올해 하반기 전압 불안정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진단이다. 특히 직류(DC)에서 교류(AC)로 전력을 전환하는 인버터가 필수적인 태양광으로 인한 전력 계통 충격에도 대비해야 한다. 향후 재생에너지를 안정적으로 수용하기 위해서는 보급 속도 조절과 함께 계통 안정성을 위해 선제적으로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재생에너지, 남부지역에 편중…전력 '혈관' 막힌다
이병준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18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재생에너지 적정 보급목표 논의를 위한 전문가 콘퍼런스'에서 “우리나라 전력계통은 수요의 40% 이상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반면에 주요 발전원은 수도권 외 지역에 밀집돼 있다”면서 “재생에너지가 확산되면서 우리나라 계통이 가진 전력망 제약이나 신뢰도 문제 등이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 분석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전국 태양광과 풍력 설비용량 21.6GW 중 65%가 남부지역에 편중됐다. 특히 호남지역에 40%가 넘는 재생에너지가 접속되고 있다. 또 재생에너지가 급속도로 확대되면서 2027년까지 개발될 재생에너지는 58GW에 이른다.
반면에 전력 수요는 수도권에 집중됐다. 이 때문에 남부지역에서 수도권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전력계통에 부하가 집중되고 있다. 실제 호남 지역의 재생에너지 발전력을 수도권으로 전송하기 위한 345㎸ 송전선로 2개 루트 조류량이 급증하고 있다. 이에 따른 송전선로 부담도 커져 당장 올해 하반기에 단기 발전제약과 고장파급장치(SPS)를 적용하는 '고육지책'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 교수는 “호남지방에서 발생하는 재생에너지 문제는 생각보다 심각해 올해 하계 운영방안에서 비상조치까지 취해야 하는 실정”이라면서 “올해 하계운영방안에서 고장파급방지장치를 적용할 예정이지만 해외 사례를 보면 원칙적으로는 재생에너지 출력제어로 고시 위반이 되지 않도록 운영해야 한다”고 밝혔다.
◇태양광 '인버터' 중심 발전…계통체계 확 바꿔야
현 재생에너지 정책이 태양광에 치중돼 전력계통에 과중한 부담을 주는 점도 문제다. 태양광은 전기를 변환할 수 있는 '인버터(inverter)'를 활용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전력계통은 기존에 화력발전이나 원자력발전 등 대규모 발전원을 중심으로 운영됐기 때문에 태양광이 주력 전원으로 활용되면 변화가 불가피하다.
이 교수는 “태양광은 직류 전원으로 전력을 만들고 계통은 교류 전원이기 때문에 인버터로 접속해야 한다”면서 “(전력 계통의) 주파수나 전압이 저하되면 인버터 기능은 정지되는데, 발전원으로서는 적합하지 않은 기능”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어 “인버터 특징을 반영한 안정성 문제를 추가로 봐야 하는 것이 당면한 현실이 됐다”면서 “계통 해석의 복잡성이 증대되고, 이는 (현 전력 계통에서) 추가해서 검토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계통 해석의) 모델링을 바꿔야 하는 문제”라고 짚었다.
◇재생에너지 속도 조절, 신재생 출력제어 대응 필요
이 교수는 재생에너지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전력망 계획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생에너지 잠재량을 분석해 예측 기반 설비계획을 선제적으로 제시하고 전력망을 선제적으로 보강해 계획을 조화롭게 수립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이 교수는 “발전이 앞으로 줄어들고 재생에너지가 주력전원으로 바뀌는데, 이 부분을 체계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면서 “재생에너지 출력제어 기준과 보상방안 이제 논의가 시작됐고, 결론은 안 났다. 합리적인 방안을 도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양한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한 전력망 보강계획안을 마련하고 올해 안에 발표될 예정인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수요관리 목표와 발전설비계획 수립 시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해야 한다.
이 교수는 “현재 재생에너지 확산 속도가 빠른데 무분별하게 들어오면 안 되고 체질을 바꿔야 한다”면서 “단기적으로는 운용대책, 중장기적으로는 설비대책으로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