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전문가들은 이날 콘퍼런스 토론회에서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를 수정하고 합리적인 모델을 제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태양광 위주로 편중된 재생에너지 보급 정책을 개선하고, 에너지 기상모델을 바탕으로 한 정밀한 발전량 예측 등을 과제로 제시했다.
우선 지난 정부에서 수립된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에 대해 다시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문재인 정부는 2030 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달성하기 위해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30%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탄소배출을 목표로 한다면 재생에너지뿐만 아니라 원전 같은 다른 저탄소 에너지원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다.
정연제 에너지경제연구원 전력정책연구팀장은 “정책 관점에서는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면서 “(2050 탄소중립, 2030 NDC 같은) 목표를 달성하는데 재생에너지가 유일한 정답이고 할 수 있냐고 하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팀장은 이어 “현재와 같은 재생에너지 정산제도 아래서는 전기요금이 낮아질 수 없는 구조”라면서 “재생에너지는 지금까지 지원해야하는 전원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지원없이 재생에너지 자체로 보급해야 되는 시점이 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종배 건국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재생에너지와 원전 등 저탄소 전원은 우리 에너지시스템에서 필요한 자원으로 어떻게 비용을 최소화할 것이냐, 우리 기술을 어떻게 시장에 나올 수 있도록 하느냐가 숙제”라면서 “특정 에너지기술이 저탄소기술이고 우리 기술기반을 가지고 있다고 하면 우리 국민들이 수용할 부분이 상당히 있다”고 밝혔다.
태양광 위주인 현행 재생에너지 발전원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또 호남에 집중된 현 재생에너지 보급 편중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주성관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도 중요하지만 재생에너지 자체의 믹스도 중요하다”면서 “국내는 지금 지나치게 태양광 위주이며 지역적으로는 부하가 적은 호남지역에 편중됐다”고 지적했다.
주 교수는 이어 “수도권으로 전력을 끌어오려면 전력망 보강이 필요하다”면서 “믹스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태양광 발전에 비해 보급 속도가 느린 풍력 발전 보급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재생에너지 확대로 인한 출력제어에 대해 대응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출력제어는 재생에너지의 발전시설에서 생산하는 전력량이 수요량보다 많으면 전력계통 안정화를 위해 강제로 발전을 중단하는 조치다. 재생에너지 사업자 입장에서는 전력을 생산하고 싶어도 생산 못하는 조치를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조기선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KETEP) 전력계통 프로그램관리자(PD)는 “출력제어에 따른 보상 방안을 전력시장에서 할 것인지 재생에너지 제도에서 할 것인지에 따라 여러 보상 방안이 있을 수 있다”면서 “출력제어를 당했을 때 가치를 정확하게 판단하고, 판단된 가치를 어떤 프로세스로 사업자에게 줄 것인지, 누가 지불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날씨에 민감한 재생에너지 특성을 고려해 에너지 분야에 적용되는 정밀한 기상모델을 수립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또 이에 대응해야 할 새 전문조직 필요성도 제기됐다.
허진 이화여대 기후·에너지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여러 재생에너지 예측 기법에 대한 앙상블을 어떻게 최적화할 것인지에 대해 접근해야 한다”면서 “현행 기상모델도 한계가 많기 때문에 전력거래소에 '에너지기상모델센터' 같은 팀을 만들어 기상계획을 수립하면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
-
변상근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