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전 렌털 시장이 올해 상반기 6%대 성장에 머물며 지난해 대비 성장률이 반토막 났다. 구독경제 바람을 타고 승승장구했지만 한정된 품목과 경쟁 심화로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반적인 가전 시장 수요둔화로 향후 전망이 더욱 어두운 상황에서 품목 다변화, 해외시장 개척 등 새로운 활로 모색이 절실하다.
22일 전자신문이 파악한 국내 주요 6대 가전 렌털 회사(코웨이·LG전자·쿠쿠홈시스·SK매직·청호나이스·웰스) 상반기 계정 수는 약 1678만개로 추정된다. 이들 6개사는 국내 가전 렌털 총 계정의 80%가량을 차지한다.
올해 상반기 계정은 지난해 같은 기간(1574만개) 대비 6.6% 순증했다. 처음으로 국내 가전 렌털 계정 1600만을 돌파한 지난해 말과 비교해서는 약 3.5% 증가한 수치다.
시장 1위 코웨이는 올해 상반기 국내에서 656만개 계정을 확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5만 계정 순증을 기록했다. LG전자도 상반기에 작년 대비 약 15만 계정을 늘리며 290만 계정을 확보한 것으로 추산된다. 232만 계정을 확보한 쿠쿠홈시스는 지난해와 비교해 30만 계정 이상 늘어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SK매직(230만), 청호나이스(175만), 웰스(95만) 등도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5만~19만 계정씩 증가했다.
6개사 모두 양호한 실적을 거뒀지만 성장세는 한풀 꺾였다는 평가다. 전반적인 가전 수요 둔화 국면이 가전 렌털 시장까지 덮친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019년(1364만개)과 2020년(1529만개) 6개사 국내 렌털 총 계정 성장률은 각각 12.2%, 12.1%를 기록했다. 구독경제 바람을 타고 꾸준히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가던 국내 가전 렌털 시장은 지난해 전년 대비 6.1% 순증에 그치며 성장률이 반토막 났다.
올해 상반기에도 성장세 둔화는 계속됐다. 2021년 상반기에는 전년 대비 11.2%의 계정 순증률을 기록했지만 올해는 절반에 가까운 6.6%에 그쳤다.
계정 증가 속도가 주춤한 것은 수 년 간 이어진 '시장 포화'가 주원인이다. 국내 가전 렌털 업계 매출 60% 가까이가 공기청정기, 정수기에 집중됐다. 두 제품의 가구 내 보급률이 50~70%에 이르면서 신규 수요 확보가 어려워지고 있다. 신규 계정보다는 기존 고객을 지키거나 타사 고객을 뺏는 '레드오션' 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1~2인 가구를 위한 가전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는 신생 렌털 기업까지 늘면서 경쟁은 한층 심화됐다.
업계는 상대적으로 높은 렌털비를 수반하는 프리미엄 전략으로 수요 둔화에 대응하고 있다. 근본 해결책을 찾기 위해서는 품목 다변화와 함께 해외시장 공략이 필요하다. 가전 렌털 업계는 맥주 제조기, 식물재배기, 매트리스, 음식물처리기 등 신규 품목 확대와 동남아시아 등으로 해외 진출 노력을 강화한다. 다만 신규 폼목의 경우 필수제품이 아닌데다 해외 공략 역시 코웨이를 제외하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둔 곳이 없어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전 렌털 업체가 프리미엄 전략을 강화하면서 매출은 지속 성장 중”이라면서도 “한정된 품목과 경쟁 심화로 큰 폭의 계정 수 증가는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제한된 시장에서 뺏고 뺏기는 싸움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