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헬스케어 플랫폼을 운영하는 핏펫이 펫보험(반려동물 보험) 전문 손해보험사 설립에 도전한다. 올해 안에 금융당국에 예비인가를 신청하고 내년 상반기 예비인가와 본인가를 얻어 이르면 연말 늦어도 2024년에 손해보험사를 출범한다는 목표다.
삼성화재 출신으로 2019년 합류한 김승현 핏펫 이사가 보험사 설립을 주도하고 있다. 동물을 좋아하는 김 이사는 결혼 후 유기견 '토리'를 입양하면서 강아지에 대한 애정이 더 커졌다. 반려동물을 위한 보험상품이 거의 없는 한국에서 직접 보험사 설립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최근 전자신문과 만난 김 이사는 “수의사가 되고 싶었을 정도로 반려동물에 관심이 많았다”며 “몇몇 손보사에서 펫보험을 판매하긴 하지만 반려동물을 잘 아는 보험사가 없고 해외 사례를 봐도 펫보험은 단종 손보사에서 판매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직접 펫보험 전문 손보사 설립을 해야겠다는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2017년 설립된 핏펫은 현재 반려동물 스타트업 중 가장 주목받는 곳이다. 직원이 160여명에 달하고 누적 투자금도 600억원을 넘어섰다. 지난달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단독 신사옥에 입주해 '반려동물에 진심'인 회사로 성장 중이다. 사옥에 직원용 강아지 유치원을 운영하고 있고 옥상엔 강아지 놀이터도 갖췄다. 지난해 7월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예비 유니콘으로 선정됐다.
핏펫은 팀 빌딩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 메리츠화재에서 펫보험 '펫퍼민트'를 설계하고 상품 관리와 개정 작업을 주도한 리더급 직원을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 또 빅테크 출신을 합류시켰고 외국계 컨설팅사 출신도 펫보험 태스크포스(TF)로 데려올 예정이다.
김 이사는 “TF는 5~6명으로 운영하고 출범 땐 30~50명 정도로 규모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가칭 핏펫손해보험 경쟁력은 핏펫 플랫폼을 통해 모은 반려동물 관련 데이터”라며 “모바일 소변검사 키트인 '어헤드'를 통해 20만건에 달하는 반려동물 건강 정보를 수집했고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사용자들이 남긴 동물병원 리뷰를 통해 진료비 정보가 담긴 영수증 50만건을 확보했다”고 했다.
이들 데이터를 기반으로 병원마다 다른 표준수가(진료에 따라 정해진 비용) 문제도 해결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표준수가는 펫보험이 활성화되지 못하게 하는 주요인이다.
핏펫은 구독 서비스인 핏펫박스에 반려동물 의료비 서비스를 탑재한 적이 있다. 당시 DB손해보험과 함께 개발한 이 보험 혜택은 월 1500~2000건의 신규 가입을 유치했을뿐 아니라 핏펫 고객을 대상으로 판매하다 보니 손해율도 예상치보다 훨씬 아래인 10%대를 기록했다.
특허도 보유 중이다. 핏펫은 반려동물 비문(코 지문)을 활용한 신원 인식 기술 '디택트'(Detact)를 갖고 있다.
김 이사는 “현재 300억원 규모 자본금 펀딩을 위해 글로벌 벤처 캐피털(VC)과 만나고 있는데 분위기가 좋다”며 “추후 본인가 시점에 모회사인 핏펫의 상장 전 지분투자(pre-IPO)를 통해 핏펫손보 자본금을 늘려 인프라를 갖춰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김민영기자 my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