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가 유럽에 전기차 배터리 초대형 투자를 단행하면서 올해 국내 배터리 3사의 치열한 투자 경쟁이 예고됐다. 배터리 3사의 투자 규모가 사상 최대 규모인 30조원을 돌파할 공산도 커졌다. 배터리 업계의 대형 투자는 신규 전기차 배터리 수주를 겨냥하면서 급부상하는 유럽과 북미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국내 배터리 업체는 연평균 10조~20조원 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전기차 배터리에 58% 늘어난 투자를 발표한 바 있다. SK온의 북미·유럽 투자와 삼성SDI의 헝가리 신규 투자 증가분을 합치면 3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배터리 업계의 투자는 대부분 전기차 분야에 집중됐다.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배터리 업계 최대 수요처로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테슬라를 필두로 폭스바겐, BMW, 제너럴모터스(GM) 등 완성차업체가 전기차 시장에 본격 진출하면서 배터리 수요가 급증했다. 내연기관차의 전동화 흐름이 거세지면서 대규모 수요가 발생한 것이다.
전기차 배터리 수요 폭증은 수급 불균형을 초래했다. 글로벌 시장 선두권에 있는 국내 배터리 3사가 공급 확대를 위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이유다.
특히 미국이 전기차 공급망을 독자 구축하기 위해 시행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은 한국 배터리 업계에 위기이자 기회가 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자국 내에서 생산한 전기차에 7500만달러의 보조금을 지원하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법안 통과로 전기차 핵심 부품을 제조하는 배터리 업체도 미국에 배터리 공장을 건설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IRA는 중국 업체의 미국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 배제가 주 목적인 만큼 우리나라와 일본 배터리 업계의 수혜가 예상된다. 동시에 업체 간 치열한 경쟁으로 시장 영향력을 높여야 하는 것은 과제다.
배터리 3사 모두 북미 투자를 확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미시간주 홀랜드에 배터리 단독 공장과 GM과의 3개 합작공장을 건설한다. SK온이 포드와의 합작 공장을 가동하고, 삼성SDI는 스텔란티스와 조만간 합작공장을 착공할 계획이다. 앞으로 북미 전기차 시장이 유럽에 버금가는 시장으로 성장,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핵심 고객이 된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관건은 유럽과 북미 등 주요 전기차 시장에서 얼마나 많은 배터리 수주를 확보하느냐다. 저마다 국내 배터리 업체가 완성차 고객사와 합작사(JV)를 설립하는 것도 수주 가능성을 높이려는 목적이다. 완성차 고객사를 통한 안정적 물량 확보로 대규모 공급에 걸맞은 수요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3사의 북미 고객사는 대부분 겹치는 만큼 신속한 파트너십 구축이 시장 주도권 선점에 유리하다.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 GM, 포드 등 미국 완성차는 전기차 보조금을 확보하면서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더 많은 전기 차종을 출시할 것”이라면서 “중국이 미국 시장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국내 배터리 업체는 북미 시장에서 차별화한 경쟁력을 갖출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지웅기자 jw0316@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