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 GIST 교수팀, 비타민D 수면 장애 개선·치매 예방 효과 규명

병원 교대·비교대 근무자 비타민D-칼슘 임상 연구
“교대 근무일수록 비타민D 섭취해야 수면 장애 개선”

광주과학기술원(GIST·총장 김기선)은 김태 의생명공학과 교수팀이 비타민D가 수면 장애 개선과 치매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잇따라 국제 저널에 게재했다고 24일 밝혔다.

연구팀은 대학병원내 교대·비교대 근무자를 대상으로 임상 연구를 진행해 수면 장애 개선과 관련해 비타민D 및 칼슘의 연관성을 규명했다.

비타민D는 태양의 자외선에 노출된 피부를 통해 체내에서 합성되는 지용성 호르몬으로 칼슘과 인 대사를 조절하며 전사 인자로 다양한 유전자의 발현과 후성 유전학적 조절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타민D가 체내에 충분치 않으면 암과 자가면역질환, 심혈관질환 등의 발병률이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바 있다. 최근에는 수면 장애와 같은 중추신경계와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가 증가하고 있다.

연구팀은 비타민D 결핍과 수면 문제 연구를 위해 분당서울대병원과 협력연구로 교대·비교대 근무자 임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비타민D가 혈중 칼슘 농도 조절을 통해 수면과 체온·호르몬 등 생리주기를 조절하는 일주기 리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비타민D와 알츠하이머병의 연관성. 낮은 비타민D 농도는 아밀로이드 베타 증가와 기억력 저하를 유도하는 반면, 비타민D를 보충해준 그룹에서는 아밀로이드 베타 감소와 기억력 호전을 확인했다.
비타민D와 알츠하이머병의 연관성. 낮은 비타민D 농도는 아밀로이드 베타 증가와 기억력 저하를 유도하는 반면, 비타민D를 보충해준 그룹에서는 아밀로이드 베타 감소와 기억력 호전을 확인했다.
교대근무자의 혈중 비타민D, 칼슘 농도와 수면지표들과의 상관관계 분석.
교대근무자의 혈중 비타민D, 칼슘 농도와 수면지표들과의 상관관계 분석.

교대 근무자는 업무 특성상 2교대 또는 3교대로 근무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비교대 근무자에 비해 불규칙한 생활패턴을 갖는다. 불규칙적인 수면으로 인해 생체리듬이 깨질 수 있으며 불면증·수면 장애·만성피로·우울증·심혈관 질환 등 다양한 건강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연구팀은 분당서울대병원에 근무하는 교대 150명, 비교대 203명 등 총 353명의 근무자를 대상으로 비타민D와 칼슘 농도를 측정하고, 손목시계형 액티그래피로 수면 패턴 데이터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 교대·비교대 근무자 집단 모두에서 비타민D가 낮을수록 혈중 칼슘 농도가 낮았다. 특히 비타민D와 칼슘 농도가 낮은 교대 근무자의 수면 장애가 비교대 근무자보다 더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칼슘 농도가 낮은 교대 근무자의 경우 '잠자리에 누운 시각부터 실제 잠든 시각(수면 잠복기)'과 '실제 잠든 시각부터 잠에서 깬 시각(총 수면 시간)'이 모두 길었다.

비교대 근무자 집단에서는 혈중 칼슘 농도에 따른 수면시간의 차이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비교대 근무자는 '수면 장애'보다는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게 되는 '일주기 리듬'의 이상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즉, 칼슘 농도가 낮으면 일주기 리듬이 지연되어 낮 동안 자주 졸리고 활동력 저하가 일어났다.

이 같이 임상 분석을 통해 교대-비교대 근무자 집단 모두에서 비타민D가 낮을수록 혈중 칼슘 농도가 낮았으며, 혈중 칼슘 농도가 정상 범위일지라도 낮을수록 수면 효율이 떨어지고 일주기 리듬의 지연이 나타나는 등 일상생활에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확인했다. 따라서 수면의 질 개선을 위해서 비타민D의 적절한 섭취가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또 비타민D의 결핍 상태가 다양한 유전자 발현의 병적 변화를 통해 알츠하이머병을 유발하는 원인 가운데 하나인 뇌 조직 내 아밀로이드 베타 수치를 높이고 기억력 저하를 유발하며 비타민D를 보충했을 때 신경퇴행성 변화를 감소시킬 수 있음을 확인했다.

왼쪽부터 유승영 박사과정생, 강지승 박사과정생, 김태 교수.
왼쪽부터 유승영 박사과정생, 강지승 박사과정생, 김태 교수.

치매를 일으키는 알츠하이머병은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크와 타우 단백질의 축적으로 인한 신경 퇴행 및 인지기능 저하를 나타내는 뇌질환으로, 뇌 내 효소가 관여하여 아밀로이드 베타를 생산하거나 제거하므로 이 효소의 발현 정도가 중요하다.

연구팀은 알츠하이머병 동물(마우스) 모델을 대상으로 비타민D 결핍 실험과 보충 실험을 진행한 결과, 결핍군에서는 아밀로이드 베타 생산 관련 효소의 전사가 증가하고, 그 결과 아밀로이드 베타 증가와 기억력 저하가 나타난 반면, 비타민D를 보충하면 아밀로이드 베타 감소 및 기억력 호전이 일어나는 것을 확인했다.

김태 교수는 “비타민D 결핍은 수면 장애나 알츠하이머 치매를 악화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임상 실험과 마우스 실험을 통해 그 치료 가능성을 발견했다”며 “비타민D는 현대인의 건강을 위협하는 수면 장애와 치매를 동시에 치료하는 1석 2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손쉽고 안전한 방법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팀이 수행한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견연구자 지원사업 및 GRI(GIST 연구원) 생명의과학융합연구소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수면 장애와 관련한 연구는 영양학 분야 국제학술지인 '뉴트리언츠(Nutrients)'에, 치매 관련 연구는 의생명과학 분야 국제학술지인 '바이오메디신즈(Biomedicines)'에 온라인에 게재됐다.

광주=김한식기자 h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