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사업하면서 만난 기업고객의 고민 가운데 가장 큰 것을 꼽는다면 종이로 보관하고 있는 중요한 문서의 관리 문제다. 종이는 장기간 보관하기 어렵고, 중요한 정보인 데도 찾아보거나 선별해서 폐기하는 것은 더 어렵기 때문이다.
간단한 해결 방법은 종이문서를 스캔, 이미지 파일로 변환시켜서 전자화 문서로 만드는 것이다. 여기에는 눈에 보이는 이미지 이외에 활용을 위한 색인정보, 본문 풀텍스트 정보 등을 추가할 수 있다.
이런 간단한 방법이 있는 데도 전자화 문서가 왜 디지털 사회 전환에 문제인지 살펴보기로 하자.
전자화 문서 시장은 크게 공공과 민간으로 구분된다. 공공의 경우 주로 종이기록물을 전자화해서 기록물관리시스템에 보관하는 사업이 주를 이루고 있다. 민간은 주로 금융권에서 전자화를 많이 하고 있다. 공공 부문은 기록물 전자화 관련 법·제도 및 지침 등이 잘 정비돼 있어 문제가 없는 상황이지만 민간영역은 금융권만 사례 및 기준이 있어 다른 산업으로의 확산은 아직 미진한 상황이다.
정부에서는 이 같은 문제 해소를 위해 2005년 전자문서 및 전자거래기본법을 개정, 공인전자문서센터(이하 센터)와 전자화 문서 제도를 추가했다.
제도는 종이문서를 전자화 문서로 변환,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했지만 당시 기업문화는 내부 문서를 외부에 맡기기 어려운 점과 원본 폐기에 대한 내용이 모호해서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지 않았다.
이러한 정체기를 거쳐 2020년 전자문서법이 개정돼 센터에 보관 시 종이문서 폐기 근거가 명확해짐에 따라 다시 전자화 문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센터와 전자화 작업장 사업자가 늘고 있어 전자화 문서 관련 시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면 기업 입장에서 전자화 문서에 대한 고민은 무엇일까.
그동안 가장 큰 문제이던 법적 효력은 해소됐기 때문에 센터 보관과 전자화 문서 변환 비용이 큰 고민이었다고 할 수 있다. 전자문서를 센터에 맡기는 경우 보관비용만 지불하면 되지만 종이문서의 경우 변환비용이 추가된다. 변환비용은 종이문서의 활용정보 및 색인 항목 등에 따라 달라지고, 대부분 수작업으로 이루어지므로 보관비용보다는 훨씬 높을 수밖에 없다.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대안이 최근 고시 개정으로 도입된 분산형 작업장 제도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전자화 작업장의 형태는 주로 전문 사업자들이 집중형으로 전자화를 처리하는 시장이었다. 그러나 분산형 작업장은 다수의 지점 또는 지사를 가진 기업이 직접 사무실에서 전자화 작업을 할 수 있다.
즉 업무상 발생하는 종이문서를 각자의 장소에서 직원이 즉시 전자화해 센터로 이관하는 모델이다. 이를 통해 기업은 비용 절감 및 생산성 향상 효과를 얻을 수 있고, 센터 사업자는 더 많은 사업 기회가 열린다는 점에서 기대가 되는 제도다. 단 기업의 직원이 직접 처리하다 보니 전문 사업자보다는 품질이 떨어질 수 있어 이에 대한 보완 방안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사회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각 산업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양의 종이문서를 효율적으로 전자화 처리, 디지털 문서로 전환하는 것이 필수다. 종이문서 보관으로 고민하고 있는 기업 역시 관심을 기울여서 도입을 검토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명유진 제니스에스티 대표 eugene@zenith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