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미국 시장에서 사상 최대의 판매 실적을 갈아치우며 승승장구하던 현대차가 잇단 악재를 만났다. 한국산 전기차가 미국의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된 데 이어 화재 발생 위험 때문에 현지 판매 비중이 높은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대규모 리콜과 판매 중단 사태까지 빚어졌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현지 상황 점검을 위해 미국을 방문했다.
23일(현지시간)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주력 SUV '팰리세이드'와 '텔루라이드'의 미국 판매를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두 차종 28만대가 화재 발생 위험 때문에 리콜에 들어간 영향이 크다. 사태를 해결할 때까지 판매가 중단되면서 미국 판매 실적에 악영향이 예상된다.
NHTSA는 현대차·기아 미국법인이 판매한 28만대 이상의 팰리세이드, 텔루라이드에서 화재 발생 가능성이 확인돼 리콜한다고 밝혔다. 이번 리콜은 견인용 연결 단자(토 히치)의 인쇄 회로 기판에 이물질과 습기가 쌓이면서 합선이 발생, 불이 발생할 수 있는 결함에 따른 것이다. 토 히치는 트레일러 등을 견인할 때 쓰는 장비다. 다만 이번 리콜 이전에 실제 화재나 사고가 발생하진 않았다.
리콜 대상은 2020~2022년에 생산한 팰리세이드 24만5030대와 텔루라이드 3만6417대로, 총 28만대 이상이다. NHTSA는 리콜 대상 차량에 대해 소유자에게 수리가 끝날 때까지 실외에 주차할 것을 권고했다.
단순 리콜을 넘어 사태 해결 방안이 나올 때까지 판매가 중단돼 현대차·기아의 미국 실적에 타격이 예상된다. 두 차종은 현대차와 기아 미국 내 판매를 이끄는 효자 차종이다. 올해 1~7월 팰리세이드는 4만8758대, 텔루라이드는 5만5211대가 팔렸다. 특히 텔루라이드는 미국에서만 생산하는 전략 차종이다.
미국 시장에서 불거진 잇단 악재에 대응하기 위해 정의선 회장은 대관 업무를 총괄하는 공영운 사장 등과 함께 지난 23일(한국시간) 미국 출장길에 올랐다. 정 회장은 이번 출장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 등 여러 현안을 직접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관계 인사를 포함한 현지 관계자들을 만나 미국 사업 대응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보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서명하면서 현대차·기아 등 한국산 전기차는 현지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당장 혜택 기준을 충족하기 어려운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수출과 생산 전략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현대차는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 공장 착공 시점을 내년 상반기에서 올해 안으로 앞당기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