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 오너 3세 경영 본격화...11명 중 5명 계열 임원 맡아

보유 지분 정리 작업도 진행

농심, 오너 3세 경영 본격화...11명 중 5명 계열 임원 맡아

농심그룹 오너 3세들이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다. 창업자인 고(故) 신춘호 회장의 손주 11명 중 절반가량이 계열사 임원에 오르면서다. 오너 2세인 신동원 농심그룹 회장을 비롯해 신동윤, 신동익, 신현주 등 4남매가 각각 주력 계열사 대표직을 맡으면서 이들 자녀들 역시 경영에 참여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농심그룹 오너 3세 중 11명 중 총 5명이 현재 계열회사 임원직을 맡고 있다. 작년 말 신동원 회장의 장남인 신상렬씨가 구매 담당 상무에 오른데 이어 신동윤 율촌화학 부회장 장남인 신시열씨와 장녀 신은선씨도 올해 임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신시열씨는 율촌화학에서 신사업담당 상무직을 맡고 있다. 올해 대표이사로 경영에 복귀한 신동익 메가마트 부회장의 장남인 신승렬씨와 신현주 농심기획 부회장 장녀인 박혜성씨도 최근 계열사 임원으로 올라섰다.

故 신춘호 회장의 막내딸인 신윤경씨 가족의 경우 지주사인 농심홀딩스 지분만을 보유하고 있다. 신윤경씨의 남편은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으로 장녀인 서민정씨는 현재 아모레퍼시픽에서 담당으로 재직 중이다.

작년 3월 고(故) 신춘호 농심 회장의 발인식 모습. 맨 앞부터 신상열·시열·승렬.
작년 3월 고(故) 신춘호 농심 회장의 발인식 모습. 맨 앞부터 신상열·시열·승렬.

오너 3세들이 계열사 임원직을 맡으며 경영에 나선 데는 농심그룹이 지난 5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서 계열사별 역량을 각각 키우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계열사 간 내부거래에 규제를 받기 때문이다.

신춘호 회장 별세 전 승계작업을 끝낸 상태라 경영권 분쟁 가능성은 낮다. 신동원 회장은 2003년 지주사인 농심홀딩스가 출범할 당시 제3자 유상증자 방식으로 농심홀딩스 지분 36.38%를 확보했고 현재 42.92%까지 지분율을 늘렸다. 신동윤·동익·현주 등 3남매는 각각 율촌화학, 메가마트, 농심기획의 최대 주주다.

오너 3세들이 보유한 지분 정리 작업도 꾸준히 진행 중이다. 신동원 회장의 장남인 신상열 상무는 신춘호 회장의 주식을 상속받아 지난 2분기 말 기준 농심 지분 3.29%와 농심홀딩스 지분 1.41%를 갖고 있다. 신동원 회장 배우자인 민선영씨와 자녀 신수정·수현의 경우 농심홀딩스 지분을 최근 매수했고 신 회장 가족이 보유한 지주사 지분은 45.27%다. 반면 신동익 메가마트 부회장의 장남인 신승렬씨는 올 들어 세 차례 농심 주식을 매도했고 작년 말 기준 농심 지분율 0.82%에서 현재 기준 0.77%까지 지분율을 낮췄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집단 지정으로 비상장 계열사나 내부 거래 정보가 공개되면서 각 계열사의 성장이 보다 시급해졌을 것으로 본다”면서 “오너 3세들도 각각 다른 회사를 맡아 성장시켜야 하는 과제를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박효주기자 phj20@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