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빅3 진입에도 현대차그룹은 조금도 안심할 수 없다. 최근 터진 연이은 악재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23일 긴급히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북미에서 최종 조립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겠다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대응 차원이다.
정 회장은 이번 출장에서 미국 뉴욕, 워싱턴DC 등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대관 업무를 총괄하는 공영운 현대차 사장이 동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 회장이 미국 정·재계 인사를 만나 IRA에 관한 논의를 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서명으로 시행에 들어간 IRA는 북미에서 최종 조립한 전기차만 보조금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아이오닉5나 EV6 등 현대차그룹이 현재 판매 중인 전기차는 전량 한국에서 생산해 수출 중이라 혜택에서 빠졌다.
미국은 전기차 보조금을 세액공제 형태로 1000만원가량을 지급한다. 혜택에서 제외되면 현대차그룹 전기차 가격 경쟁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현재 현대차그룹은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에 이어 점유율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아이오닉6와 EV9 등 경쟁력을 높인 신형 전기차 투입도 준비 중이다. 하지만 IRA 시행으로 전기차 경쟁력이 수년간 뒤처질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현대차그룹은 미국 조지아에 세울 전기차 전용공장 완공 시점을 반년가량 앞당기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애초 현대차는 내년 상반기 착공에 들어가 2025년 상반기 완공과 양산을 목표로 잡고 있었다. 조기 착공이 실현되면 공장 완공과 양산 시점이 2025년 상반기보다 6개월 빠른 2024년 하반기로 앞당겨진다. 올해 10월 착공 가능성도 점쳐진다.
우리나라는 외교부와 자동차산업연합회(KAIA) 등이 나서 해당 법률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원칙과 세계무역기구(WTO) 규범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며 미국 측에 우려를 전달하고 있다. KAIA는 “매년 10만여대 전기차의 수출 차질이 발생할 것”이라면서 “완성차 업계는 물론 전기차 전환 등을 추진 중인 국내 1만3000개 부품업체도 큰 어려움에 부닥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 대규모 리콜 악재도 터졌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지난 23일(현지시간) 현대차와 기아가 미국에서 각각 판매한 2020~2022년형 팰리세이드와 텔루라이드 28만대를 리콜한다고 발표했다. 견인용 연결 단자 전선에서 화재 발생 가능성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NHTSA는 이번 결함으로 화재나 사고가 확인되진 않았으나 리콜 대상 차량 운전자들은 수리가 끝날 때까지 실외에 주차하라고 권고했다. 현대차·기아는 사태 해결 시까지 해당 차종 판매를 잠정 중단한다.
품질경영은 정몽구 명예회장이 현대차그룹 신화를 일궈낸 주요 키워드 중 하나다. 정 명예회장 퇴진 이후 정의선 회장이 전동화 시대로 대전환을 이끌고 있지만 여전히 수많은 부품으로 완성되는 자동차에 있어 안정적 품질 확보는 최우선 추진 과제로 꼽힌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