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플랫폼 산업에 '자율규제'를 적용할 방침인 가운데 업계 전문가들은 국내 플랫폼 산업의 특성을 무시한 일률적 자율규제는 지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빠르게 변화하는 플랫폼 산업에서 기존 규제를 보완할 수 있는 대안으로 '자율규제'를 적용, 다양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플랫폼 산업 자율규제, 일률적 자율규제 지양해야"](https://img.etnews.com/photonews/2208/1567026_20220829133403_551_0001.jpg)
최근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산하 디지털경제연구소에서 발간한 'D.E.View(디지털경제전망)'에서는 '왜 자율규제인가?'를 주제로 플랫폼 산업에 자율규제를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네 가지 시각을 소개했다.
이번 D.E.View 연구자료는 디지털경제연구소 내부 집필진과 더불어 계인국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 교수, 선지원 광운대 법학부 교수, 안준모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가 참여했다. 현 시점에서 디지털 플랫폼 자율규제에 필요한 논점을 제시했다.
디지털경제연구소는 플랫폼산업의 빠른 변화속도, 시장의 글로벌화, 규제 입안자·집행자·시장 행위자 사이의 전문성 격차 등으로 기존 공적규제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자율규제의 규칙을 정함에 있어 정부와 민간 및 이용자가 얼마나 개입하느냐에 따라 자율규제의 결과도 달라질 수 있으며, 자율규제의 방점이 어디에 찍히느냐에 따라 플랫폼 산업의 방향을 결정할 수 있는 만큼 충분한 논의를 통해 바람직한 구상안을 만들어야 할 시점이라 강조했다.
계인국 고려대 교수는 “예측가능성이 현저히 낮은 혁신산업이면서 동시에 매우 다양한 유형과 내용을 가진 플랫폼 시장에 대해 현 시점에 발생하는 모든 문제를 완전 무결하게 해소하겠다는 것은 규제욕구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플랫폼 특성을 일반적 차원에서 판단하고 사전적 규제 수단을 투입하는 대신 합리적인 규제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선지원 광운대 교수는 국내 플랫폼 산업에 자율규제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해외의 자율규제 사례가 각 산업 영역의 특징과 규제 환경에 맞추어 특유의 목적을 가지고 설계되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보았다. 그는 “일률적인 자율규제 방식을 공적 주체가 개입하여 도입하는 것은 그 취지와 달리 오히려 자율규제의 효과성을 몰각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안준모 고려대 교수는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기존의 규제 프레임으로 다루기 어려운 융·복합 산업이 생겨나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변화의 양상을 미리 예측하여 규제를 디자인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불확실성이 높은 디지털 산업에서는 유럽 연합이 시범 추진 중인 'Innovation Deals'(기업, 대학, 연구소 등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가 참여하여 기술혁신을 제약하는 규제 요소를 찾아내거나 새로운 규제 대안을 제안하는 프로그램)처럼 다양한 혁신 주체들이 협력하여 규제의 균형점을 찾아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D.E.View' 연구자료의 네 가지 이슈는 공통적으로 플랫폼 산업에 기존의 규제 방식을 적용하기에는 구조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지난 19일 플랫폼 민간 자율기구의 공식적인 출범에 따라 민간 주도의 플랫폼 자율규제 방안을 구체화해야 할 현시점에서 플랫폼 산업과 자율규제에 대한 이해를 도모하는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31일 서울대학교 공익산업법센터와 정보통신정책학회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학술대회에서도 '온라인 플랫폼 자율규제'를 주제로 여러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