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인식도 안 좋은데 킥보드 사망사고라도 난다면, 공유형 퍼스널모빌리티(PM) 업계는 그대로 주저앉을 겁니다.” (국내 주요 공유 PM 업체 임원)
공유 PM 업계가 일부 이용자의 행태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인도에서 아슬아슬한 곡예 운전이나 난폭운전을 일삼는 것은 물론 아무 곳에나 킥보드를 무단 방치해 시민들의 눈총을 사고 있기 때문이다.
◇쌓이는 민원
서울시가 김웅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공유 킥보드 관련 민원은 2019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3076건으로 따릉이(3052건)를 넘어섰다. 따릉이가 공유 킥보드 서비스보다 2년가량 먼저 도입돼 집계된 점을 고려하면 공유 킥보드 민원이 빠르게 급증한 것이다. 올 상반기에만 서울시에 1082건의 민원이 접수돼 올해도 최다 기록이 예상된다.
유형별로 살펴보면 공유 PM 이용자의 낮은 사용자 인식이 원인으로 꼽힌다. 누적 민원에는 '무단방치 및 견인'(2731건·89%)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따릉이의 '자전거 방치'(919건·30%)와 비교하면 현저히 차이가 난다.
공유 PM 업계도 속앓이를 앓고 있다. 무단 방치된 전동 킥보드 견인으로 금전적 손해가 만만치 않다.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가 방치된 전동 킥보드를 견인하고 있는데 서울시의 경우 견인된 공유 PM 업체에 견인료(4만원)와 보관료(30분당 700원)를 부과한다. 한 공유 PM 업체는 월 견인 비용만 약 5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5월 시행된 도로교통법(헬멧 착용 및 운전면허 의무화) 등으로 이용률이 급감하면서 매출은 줄어드는 반면에 견인료 등 비용은 늘어나 사업 지속성이 불투명해지고 있다.
◇'더는 못 참아'
위기감에 업계도 개선에 열을 올리고 있다. 패트롤(순찰대)을 꾸려 불법 주차된 킥보드를 주차구역으로 이동시키고 널브러진 킥보드를 정리하는 한편 기술적 방법으로 해법을 모색하는 곳도 있다.
공유 PM 업체 씽씽(피유엠피)은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활용해 불법 주차를 막고 속도를 제한하는 등 무분별한 이용 원천 봉쇄를 시도 중이다. 씽씽 관계자는 “악천후 시 최고 속도를 시속 25㎞에서 20㎞로 낮춰 제한하거나 구역별로 속도를 달리 운영하고 있다”며 “지자체에 방치 민원이 많이 들어오는 곳은 전동 킥보드를 세울 수 없도록 강제조치를 한다”고 말했다.
씽씽은 이용자에게 책임도 묻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안전 교육을 해도 개선되지 않는 고객은 약 10% 정도”라면서 “고객 이탈을 각오하고 불법 주차에 따른 견인 비용에 대한 구상권을 고객에 청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쿠터(지바이크)와 킥고잉(올룰로)은 시니어층을 대상으로 일자리 연계 사업을 진행 중이다. 시니어에 킥보드 정리 업무를 맡겨 공존과 상생 모델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또 킥고잉은 올해 하반기부터 서울시 강동구와 안전 문화 정착을 위한 '전동 킥보드 안전 스쿨'을 운영하고 있다. 더스윙(스윙)은 배우 주현영과 안전수칙 준수서약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더스윙 관계자는 “간편결제수단 확대를 통한 본인인증 강화로 명의도용을 방지하고 올해부턴 킥보드 사고로 인한 대인·대물 보상한도도 증액했다”고 말했다.
조재학기자 2jh@etnews.com
2019년부터 올 상반기 3076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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