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태경 이엔플러스 신소재사업본부 부사장
올 여름 수도권과 강원·충청 지역에 쏟아진 폭우는 기후위기를 실감케하는 기록적인 폭우였다. 지난 8월 8일 서울 일부 지역에서 기록된 하루 강수량이 381.5㎜에 달할 정도였다. 기후변화로 인한 국지성 호우는 예전보다 더 자주 내리고 더 많이 쏟아지는 추세다. 먼 훗날의 이야기만 같았던 기후위기가 이제 2022년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도 닥친 셈이다.
사실 기후위기에 대한 경고는 이미 여러 차례 나왔다. 지난 7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독일 베를린 기후회담 연설에서 “우리는 집단행동을 하거나 집단자살을 하거나 두 가지의 선택권이 있다”며 극단적으로 말하기도 했다. 그는 “기후 변화가 우리 손에 달려있다”고 강조하며 “석탄 연료 사용을 중단하고, 재생 가능 에너지를 사용함으로써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지난해 보고서에서 2040년까지 지구온난화 마지노선인 평균온도 1.5도 상승을 피할 수 없다고 했다. 올해 보고서에선 이대로라면 전 세계 절반 이상인 40억 명 이상이 물부족에 시달리게 되고 3분의2에 가까운 생물종이 멸종할 것이라는 충격적인 분석 결과까지 내놨다.
지구를 살리고 인류를 구하기 위한 ‘행동’이 절실한 때다. 2015년 ‘파리기후협약’과 지난해 ‘글래스고 돌파구’ 모두 인류 생존을 위한 합의라 할 수 있다. 당시 파리기후협약에선 지구 온도 상승을 산업화 시대 이전보다 1.5도 아래로 제한해야 한다는 담론이 제시됐다.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이 발표한 ‘글래스고 돌파구’는 대체에너지의 활용도를 높이고, 친환경기술 비용을 절감해 화석연료로부터 전환하는데 속도를 내겠다는 구상을 담았다.
이처럼 친환경 시대에 대한 전 세계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가운데,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대안 중 하나는 단연 전기차가 아닐까 싶다. 유럽 교통전문 NGO 교통과환경(T&E)에 따르면, 전기차의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90g이다. 전기차와 비교하면 디젤차는 2.6배, 휘발유차는 2.8배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전기차는 환경을 위한 최선의 선택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아직까진 ‘대중화’의 과제가 남아있다. 전기차가 대중화되기 위해서는 크게 세 가지가 개선될 필요가 있다. 바로 주행거리, 안전성, 주행성능 등으로 관련 기술 개발에 대한 투자가 중요하다.
우선 주행거리의 경우, 전기차는 한번 충전으로 주행가능한 거리가 내연기관 차량 대비 짧다. 따라서 고용량, 고출력, 장수명의 배터리 개발이 필요하다. 기존 전기차가 한번 충전에 400~500km를 갔다면 최근 들어선 700~800km까지 가능한 배터리가 개발되는 추세다.
최근 업계에선 주행거리를 늘이기 위해 ‘셀투팩’과 같은 기술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기존 배터리는 여러 개의 셀을 합쳐 모듈을 만들고, 모듈을 모아 팩을 만드는 구조다. 셀투팩은 여기서 모듈 단계를 없애 곧바로 셀을 팩으로 만들어 배터리 탑재 공간을 늘리고, 주행거리를 향상시킨다.
두 번째는 안전성이다. 전기차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선 고절연성, 방열기술로 고장을 방지하고 수명을 개선해야 한다. 예를 들면, 셀에 밀착해서 공기나 이물질로부터 열전달이 방해받는 것을 최소화하고, 열을 효과적으로 제어하는 방열 갭필러를 들 수 있다.
세 번째는 주행성능이다. 전기차는 내연기관 차량과 비교하면 차체 내 배터리 무게 비중이 크다. 주행성능 개선을 위한 차량 경량화가 업계 과제로 떠올라 최근 이를 해결하기 위한 탄소나노튜브(CNT), 그래핀 등 복합소재 개발이 치열하다. 그래핀은 21세기 꿈의 신소재로 각광받고 있는데, 배터리에 활용되면 충전용량은 3~5배, 수명은 2~3배 향상되는 효과가 있다.
전기차 기술의 발전은 전 세계가 간절히 염원하는 친환경 시대를 앞당길 수 있다. 기후변화의 속도를 늦추고, 지구를 원래대로 돌리기 위해선 전기차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전기차가 빠른 시일 내 대중화할 수 있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필자소개 : 강태경 부사장은 그래핀 등 소재R&D 분야의 전문가로, 도전재 솔루션과 방열 소재를 만드는 이엔플러스 신소재사업본부 부사장으로 재임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