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안전·경영 책임자 의무 불명확”…시행령 두고 '노사 격론'

경영-노동계, 개정안 충돌
경총, 안전담당자 지정 요구
노총, 안전 투자 확대 강조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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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계와 노동계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개정 방향'을 두고 격론을 벌였다. 경영계는 중대재해처벌법 완화, 노동계는 강화하는 방향으로 시행령의 불명확성을 개선해야 한다며 팽팽한 견해차를 보였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1일 서울 로얄호텔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와 '경영책임자 의무'를 둘러싸고 충돌했다.

경영계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6개월이 지났음에도 뚜렷한 산재감소 효과 없이 불명확한 규정으로 인한 현장 혼란이 심화되고 경영활동까지 위축되고 있는 만큼, 과도한 처벌의 부작용을 줄이고 중대재해 예방효과를 높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임우택 경총 본부장은 “실효적인 예방대책 수립 없이 기업과 경영층에 대한 처벌만능주의 입법으로는 사망사고를 줄일 수 없다”면서 “안전 선진국들은 사전예방적 안전정책에 기초해 사고사망자 발생 비중을 효과적으로 낮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1년 이상 징역형 규정을 삭제하고 경제벌 부과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면서 “경영책임자 범위 및 의무내용, 원청의 책임범위 등 불명확한 규정을 구체화하고 시행령 위임규정을 신설하자”고 주장했다. 다만 “법률 개정은 일정 부분 시일이 소요되는 만큼 당장의 현장 혼란 해소를 위해 시행령이라도 신속히 개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경영계는 시행령에 경영책임자 대상을 구체적으로 규정할 수 있는 조문 신설하고 이에 준해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에 대한 구체적 정의규정을 마련하자고 촉구했다. 임 본부장은 “'이에 준하는 자'가 선임된 경우 '사업대표'는 법령상 의무이행 책임을 면한다는 규정을 마련하자”고 주장했다.

반면에 노동계는 '안전보건최고책임자를 경영책임자로 본다'는 것은 현장의 개선은커녕 '처벌 담당임원'을 선정하는 것과 다를 바 없고 결국 재벌 대기업 경영책임자에게 면죄부를 주겠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최명선 민주노총 실장은 “경영책임자 처벌의 대리를 세우도록 하는 순간 그나마 시작되던 기업의 안전투자는 순식간에 사라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노동계는 중처법이 법·시행령 제정과정에서 경영계의 일방적인 요구만 들어서 후퇴한 만큼 시급히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광일 한국노총 본부장은 “법을 개정해 경영책임자 정의를 대표이사로 한정하고 발주자 책임 명확하게 해야 한다”면서 “벌금 하한선 설정해 징벌적 벌금을 도입하고 현장훼손·사실은폐 등 형사처벌규정 신설하고 5인 미만 사업 법을 적용해 제외 사업·사업장 삭제하자”고 주장했다. 이어 “시행령을 개정해 직업성 질병을 확대하고 다인1조, 과로방지 등 재해 예방에 필요한 인력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작업중지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명시해야 한다”면서 “안전·보건 관계 법령에 직장 내 괴롭힘, 과로, 휴식·휴게 등 내용을 포함하자”고 강조했다.

이준희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