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페이스북코리아, '메타'로 간판 못 바꾼다

페이스북코리아 직원 명함의 앞과 뒷면 모습. 메타라는 이름을 명시하지 못하고 있다.
페이스북코리아 직원 명함의 앞과 뒷면 모습. 메타라는 이름을 명시하지 못하고 있다.

페이스북이 지난해 메타로 사명 변경을 확정하면서 전 세계 지사가 법인명 교체 작업에 들어갔으나 한국에서는 아무런 진척이 없다. 이미 지사 소재지인 서울에 '메타'라는 동일한 상호를 쓰고 있는 기업이 있기 때문이다. 이 기업의 등기가 말소되지 않는 이상 서울이 아닌 다른 지역으로 지사를 이전해서 회사를 설립해야 한다.

페이스북코리아는 본사의 법인명 교체에도 1년 가까이 교체 작업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도 예전의 페이스북코리아(유한회사) 등기 그대로 남아 있다.

이미 '메타'라는 기업이 서울에 있기 때문이다. 상업등기법상 관할구역 내에서 동일한 상호로는 설립 등기가 불가능하다. 업종도 겹친다. 기존 메타라는 기업의 설립 목적은 △투자서비스 컨설팅업 △정보서비스업 △메타버스 소프트웨어개발 및 공급업 △광고업 및 광고대행업 등으로 명시돼 있다. 이 기업의 등기가 말소되지 않는 이상 페이스북코리아는 서울 지역에 메타라는 법인명을 쓸 수 없다.

페이스북코리아 임직원의 명함에도 '메타'라는 이름을 볼 수 없다. 공식적인 행사에서도 온전히 '메타'라고 쓰지 못하고 '메타(페이스북코리아)'로 표현해 왔다.

[단독]페이스북코리아, '메타'로 간판 못 바꾼다

페이스북코리아 측은 “한국의 법적 이슈 때문에 법인명 교체가 길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시간이 더 오래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메타'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는 기업은 서울 외에 세종지역에도 있다. 이 회사는 올해 2월에 설립 등기를 마쳤다. 인터넷을 통한 광고업, 인터넷을 이용한 전자상거래업 등을 하는 곳으로 명시했다. 페이스북코리아는 차선책으로 행정수도격인 세종시로 지사를 이전해서 회사를 설립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한 변호사는 “기존 메타라는 기업의 등기가 말소되든지 등기를 사거나, 부산 등의 지역으로 지사를 옮기는 방법 외에는 없는 상황”이라며 “등기를 팔기 위한 목적으로 만든 알박이용 설립등기라면, 적게는 수천만원, 많게는 수억원대의 비용을 지불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본사 메타도 최근 법인명 이슈로 소송을 당했다. 2010년 설립된 가상현실·증강현실(VR·AR) 기반 예술품 전시 회사 '메타X'측이 자신의 브랜드명을 가로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그간 '메타'라는 브랜드를 내세워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