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랜드 애그리게이터' 기업을 보는 의구심이 짙어지고 있다. 시장에 뛰어든 업체는 늘지만 국내 e커머스 시장 규모의 한계, 차별화한 인수합병(M&A) 전략 부재, e커머스 내 출혈경쟁 등으로 자본력이 약한 기업은 위기로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이다. 일부 기업에서는 후속 투자에 실패하는 등 냉랭한 분위기까지 감지된다.
최근 미국 비즈니스 모델을 그대로 좇아 창업하거나 기존 미디어 커머스 시장에서 수익 다각화를 위해 추진하는 등 많은 기업이 '브랜드 애그리게이터'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클릭브랜즈, 홀썸브랜드, 스토어링크, 블랭크, 오렌지마케팅랩, 부스터스 등 국내에서만 20개사 이상이 진출했다. 브랜드 애그리게이터는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신성장 산업으로 꼽힐 정도로 투자업계로부터 주목받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꺾이는 추세가 역력하다. 주된 배경에는 브랜드 애그리게이터 대표주자인 미국의 스라시오(Thrasio)가 최근 들어 사업 규모를 대폭 축소하며 브랜드 인수를 멈췄기 때문이다. 스라시오는 2년 동안 200여개 기업을 인수, 유니콘 대열에 합류한 전설적 기업이다. 스라시오의 성장 정체는 e커머스 시장 성장세가 예전 같지 않은 데다 인수한 브랜드들의 수익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분위기도 위기감이 팽팽하다. 코로나19 이후 e커머스 업계의 성장 동력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지적이 있는 데다 다수의 기업이 브랜드 인수 전략에 차별화가 없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하고 있다. 네이버 쇼핑이나 쿠팡에 입점한 인기 있는 중소 브랜드사를 인수한 뒤 확장하는 구조인데 브랜드 선별 전략이 대동소이하다는 것이다.
벤처캐피털(VC) 업계 관계자는 “브랜드 가치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능력과 브랜드 M&A에도 남다른 전략이 있어야 하는데 기업 간 차별성이 거의 없다”면서 “자본금을 기반으로 잘나간다 싶은 브랜드를 마구잡이식으로 인수해서 '메가히트' 상품만 나오기를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애그리게이터가 인수한 브랜드에 매출을 올릴 수 있는 확실한 무기를 전수할 수 있어야 하는데 우리나라 기업은 인수한 브랜드에 의존하는 경향이 짙다”면서 “이제는 국내 애그리게이터도 수익성으로 역량을 증명해야지만 투자업계의 냉랭해진 분위기를 되돌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용어>브랜드 애그리게이터=e커머스 플랫폼에서 상품성 있는 제품을 판매하는 중소형 브랜드를 인수해서 성장시키는 투자 방식이다. 다수 브랜드를 확보해서 시너지를 도모하고, 운영비용을 줄이면서 매출을 높이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신성장 산업으로 꼽히며, 투자업계가 관심을 보였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