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 부회장이 심각한 수준으로 예상되는 올 하반기 경영상황을 프리미엄 제품을 통해 정면 돌파할 것이라는 의지를 내보였다. 한 부회장은 QD-OLED TV는 삼성전자 TV 라인업 중 하나고, 생산능력을 확대해 국내에 출시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이와 관련해 LG디스플레이와의 OLED 동맹 추진도 여전히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언급했다.
한 부회장은 지난 1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진행한 IFA 2022 기자 간담회에서 올 하반기 경영상황을 심각한 수준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40년 만에 찾아오는 인플레 영향 등 경기 악화를 예상 중이고 당분간 이런 흐름은 경영상의 변수가 아니라 상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작년부터 중국이 '제로 코로나'를 선언하고 물류 불확실성이 확산됐다”라며 “올해 들어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때문에 재고 문제가 있었는데 이제는 어느 정도 해소됐다”라고 말했다.
한 부회장은 프리미엄 제품을 적극적으로 늘려 경기 불황을 극복하겠다고 했다. 그는 “폴더블 신제품, 네오 QLED TV, 마이크로 LED, 비스포크 가전 등 프리미엄에 집중해 하반기에 솔루션(해법)을 찾으려 한다”라며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소비자 반응이 좋은 만큼 견조한 실적을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한 부회장은 삼성전자가 9년 만에 미국 등에서 재출시한 QD-OLED TV에 대해 “신제품에 대한 시장 반응이 좋고, 품질 테스트에서도 높게 평가받았다”라며 “소비자들이 찾고 원한다면 QD-OLED TV 라인업과 생산능력을 당연히 늘리겠다”라고 말했다.
삼성 QD-OLED TV는 북미와 유럽 등에서 판매 중이지만 국내에는 출시되지 않았다. 한 부회장은 국내 출시 계획에 대해 “QD-OLED TV는 마이크로 LED, 네오 QLED 등과 함께 삼성의 프리미엄 TV 라인업 중 하나”라며 “(국내 출시가 늦어진 이유는) TV용 패널 생산능력이 제한적이기 때문이고 생산능력이 늘어나면 도입할 것”이라고 답했다.
협상 결렬 관측이 나왔던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 간 'OLED TV 패널 공급설'에 대해서는 아직 불씨가 완전히 꺼지진 않았다고 전했다. 한 부회장은 “경제 상황 악화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물류 차질 등으로 현재는 (협상이) 소강상태”라며 “항상 열린 마음으로 들여다보고, 의사결정이 나오면 말씀드리겠다”고 설명했다.
한 부회장은 지속가능경영과 관련한 삼성전자의 장기 전략을 조만간 공식 발표하겠다고 예고했다. 그는 “곧 실천할 수 있고 달성 목표가 뚜렷한 내용을 정리해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발언은 삼성전자가 아직 공식적으로 선언하지 않은 글로벌 재생에너지 캠페인 'RE100'(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 동참을 발표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삼성은 국내 재생에너지 인프라 미비 등을 이유로 국내 4대 그룹 중 유일하게 아직까지 RE100 가입 선언을 하지 않았다.
한 부회장은 “지금까지 대외적으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과 관련해 공식 발표를 하지 않았는데, '그린워싱'이 우려되기 때문”이라며 “회사 차원의 큰 비전 발표를 앞두고 있으며 조만간 공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 초 언급했던 대형 인수합병(M&A) 추진에 관해서는 상당 부분 진행됐다면서도 구체적인 상황은 밝히지 않았다.
이날 한 부회장은 삼성전자가 IFA 2022의 핵심 주제로 제시한 스마트홈 플랫폼 '스마트싱스' 비전도 공유했다. 한 부회장은 “올해는 스마트싱스 대중화의 원년”이라며 “스마트싱스를 단순히 사물인터넷(IoT) 플랫폼이 아닌 '통합된 연결 경험'으로 개념을 확장하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세계 스마트싱스 앱 가입자 수는 2억3000만명 수준이지만 5년 내 가입자 수가 5억명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한 부회장은 예상했다. 아울러 내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 2023에서는 사용자가 별다른 노력 없이 스마트싱스를 통해 자신만의 맞춤형 솔루션을 누릴 수 있는 '캄 테크'(Calm Technology) 서비스를 선보이겠다고 예고했다.
베를린(독일)=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