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행들의 과도한 '이자 장사'를 막겠다며 도입된 은행 예대금리차 공시가 시작 한 달도 되지 않아 수술대에 오를 전망이다. 햇살론, 새희망홀씨 등 서민지원대출이 포함돼 통계가 왜곡된다는 은행 불만이 속출하면서 금융당국이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향후 예대금리차 공시가 조정되면 현재 '이자 장사' 상위권이던 은행 순위도 새로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
5일 금융당국과 업계 등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현행 예대금리차 공시제도에서 정책대출을 제외하는 방안 등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책대출이 현행 예대금리차 산정에 반영되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은행 지적에 따른 것이다.
앞서 시중은행 여신 담당자와 금융당국 관계자는 비공개회의를 열고 예대금리차 공시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책대출을 제외한 예대금리차가 병행 공시될 가능성이 커졌다.
금융위 관계자는 “일부 은행 요청이 있어 필요한 부분에 대해 보완을 검토 중”이라며 “향후 공시에 반영될 수 있으며 구체적 내용이나 시기 등은 협의 중에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앞서 지난달 22일 은행연합회 홈페이지를 통해 19개 전체 은행 가계 예대금리차가 비교공시됐다. 예대금리차는 은행 예·적금과 대출 금리 차이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예대금리차가 크면 은행이 예·적금 이용자에 적은 혜택을 돌려주고 차주에게 더 많은 이자를 받는 '이자 장사'를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존에는 개별은행이 경영공시 항목 중 하나로 예대금리차를 자체 공시했다. 은행 간 비교가 어렵고 공시주기(3개월)도 길어 적시성 있는 정보 제공이 어렵다는 불만이 나왔다. 이에 연합회 홈페이지를 통해 은행 예대금리차의 월별 변동 추이를 확인할 수 있도록 신규취급액 기준으로 공시했다. 공시주기도 기존 3개월에서 1개월로 단축했다.
공시가 시작된 이후 은행들이 문제를 제기했다. 실제 지난달 22일 기준 5대 시중은행 중에는 신한은행 가계 예대금리차가 1.62%포인트(P)로 가장 높았다. 당시 신한은행은 “햇살론, 새희망홀씨 등 서민지원대출을 많이 취급하고 주택담보대출도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고정금리대출이 최근 많이 판매된 결과가 반영됐다”고 해명했다. 인터넷전문은행 중에는 토스뱅크 가계 예대금리차가 5.6%P 집계돼 카카오뱅크, 케이뱅크보다 두 배가량 컸다. 토스뱅크도 “토스뱅크는 출범한 지 채 1년이 되지 않은 신생 은행으로서 현재는 전세자금대출이나 주택담보대출과 같은 담보대출보다 비교적 금리가 높은 신용대출로 주로 구성된 여신상품 포트폴리오를 보유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답변한 바 있다.
이달 말 예대금리차 공시에서 정책대출이 제외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은행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책대출을 제외한 예대금리차가 공시될 경우 실제 '이자 장사'를 한다면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이날 신한은행이 대출이자를 최대 0.3%P 낮추는 등 예대금리차 낮추기가 지속되고 있다.
한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예대금리차 공시에서 정책대출이 제외될 경우 상위권 은행은 실제 '이자 장사'를 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면서 “은행들 입장에서는 향후 공시될 수치가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