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0년대 후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원/달러 환율이 1370원을 넘어섰다. 달러 쏠림 현상이 이어지면 환율이 1400원을 넘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0.3원 오른 1371.7원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경기 침체에 빠진 2009년 4월 1일(1379.4원) 이후 최고치다.
이번 환율 상승은 외부요인이 크게 작용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물가를 잡기 위해 '강달러'를 유도하고 있다. 여기에 유로화, 엔화 등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 주는 달러인덱스는 이날 20년 3개월 만에 처음으로 110을 돌파했다. 유로화·엔화 가치가 떨어졌다는 얘기다. 또 위안화 약세가 원화 약세를 부추겼다. 경기 둔화 우려로 중국 당국은 6일 2020년 8월 이후 2년여 만에 처음으로 미국 달러화 대비 위안화 환율을 6.9096위안으로 절상했다. 위안화 가치가 더 내려가 달러당 7위안 시대가 다시 열릴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외환당국(기획재정부)과 한국은행은 고환율에 대해 다소 소극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전날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금융·외환시장 상황을 실시간 모니터링하면서 시장 안정에 만전을 기하겠다”며 사실상 구두 개입성 발언을 했지만 고삐 풀린 환율은 이날 연고점을 새로 썼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회의 후 원화 약세가 강달러 흐름에서 과도하다는 취재진 질문에 “그전에는 (원화가) 덜 떨어졌다”며 “어떤 기간을 두고 보는지에 따라 답이 다르다”고 말했다. 고환율 여부에 대한 판단을 유보한 것이다.
이렇다 할 환율을 잡을 방법도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환율이 오르면 기재부와 한은이 공조해 구두 개입을 하는 정도인데 올해 구두 개입에 나선 것은 지난 6월 13일과 8월 23일 두 차례뿐이었다. 당국과 한은의 태도에 일각에서는 이르면 이달 20~21일 예정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즈음한 때나 아니면 늦어도 연말쯤엔 환율이 1400원에 도달할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이 사이 외환보유액은 조금씩 줄고 있다. 지난달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전달보다 21억8000만달러 감소한 4364억3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올 들어 267억달러 줄었다. 한은은 현재 외환보유액을 적정한 수준으로 보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일각에서 주장하는 적정 외환보유액 9000억달러는 부실한 근거에 의한 오해”라며 “세계 9위 수준의 외환을 보유하고 있다”고 일축했다.
김민영기자 my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