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슈퍼레이스 김동빈 대표 “주말 나들이요? 모터스포츠가 최고죠”

[인터뷰] 슈퍼레이스 김동빈 대표 “주말 나들이요? 모터스포츠가 최고죠”

전 세계적으로 모터스포츠의 열기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특히 F1 경기의 인기도가 해마다 놀랍게 치솟고 있다.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지루한 일상을 보내던 전 세계 모터스포츠 팬들은 경기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폭발적인 스피드와 사운드에 열광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CJ대한통운 슈퍼레이스 챔피언십이 그런 존재다. 2006년 9월, 존립 위기에 처했던 KGTC(코리아 그랜드 투어링 챔피언십) 대회에 타이틀 스폰서로 참여하면서 대회가 다시 살아났고, 2007년부터 ‘CJ OOOO(CJ 계열사가 돌아가면서 타이틀 스폰서를 맡음) 슈퍼레이스 챔피언십’이라는 이름을 달고 경기가 이어져 오고 있다. 현재는 ‘CJ대한통운 슈퍼레이스 챔피언십’이 공식 명칭이다.



슈퍼레이스는 몇 년 전부터 관중이 눈에 띄게 늘어나며 매 대회 흥행 신기록을 세우고 있다. 슈퍼레이스 흥행의 주역인 김동빈 대표를 슈퍼레이스 사무실에서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슈퍼레이스가 출범한 지 벌써 15년이 됐습니다. 소회를 말씀해주신다면.

“저는 국내 모터스포츠가 갈 방향을 크게 대중화와 산업화 두 가지로 정했습니다. 이 두 가지가 같이 이뤄져야 영속적인 이벤트가 될 수 있겠다 싶었어요. 또한 관중과 스폰서, 레이싱팀이 삼박자가 잘 맞아야 해요. 처음에는 참가 팀 수와 차량 대수가 적고, 팀들도 영세했습니다. 이런 게 잘 정리되고 조화로워야 경기의 질이 높아집니다. 흥행을 위해서 유명 연예인을 초대하는 건 되도록 지양했어요. 모터스포츠 자체의 노출 효과를 노리다 보니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그래도 ‘젊은 조직’이 원 없이 도전해볼 수 있었던 문화는 너무 좋았어요. 지금은 참가 팀의 규모가 커지고 수준이 높아졌죠.”

[인터뷰] 슈퍼레이스 김동빈 대표 “주말 나들이요? 모터스포츠가 최고죠”

▲2019년부터 시작해 올해도 관중이 많이 증가했습니다. 취재하면서 깜짝 놀랐는데요. 비결이 뭔가요?

“경기당 평균 관중이 에버랜드 스피드웨이 경기장만 보면 2017년에 1만6000명, 2018년 1만9000명이던 것이 2019년 3만7000명으로 급증했어요. 전남 영암이나 강원도 인제스피디움 등 다른 경기장도 비슷합니다. 비결은 몇 가지가 있어요. 우선 경기의 콘셉트를 ‘주말 나들이’로 정했어요. 관람객이 경기장에 와서 하루 재밌게 놀다 갈 수 있는 이벤트로 자리를 잡게 했죠. 또 한 가지는 잠재적 소비자들을 위해 중계방송 질을 개선하는 것이었어요. 당시에는 F1 경기처럼 장비나 규모, 차량 간 정보를 주고받는 게 어려웠어요. 이걸 2019년부터 파트너와 개발했습니다. 경기중계의 카메라 앵글도 다양화했고, 드론도 도입해 찍었죠. 슈퍼레이스의 MZ세대 티켓 구매 비율은 2017년도에 79%였는데, 2022년 기준으로 88%입니다. 특히 25~34세는 34% 수준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어요. 35~45세는 42%로 비중이 가장 큽니다. 24세 이하 젊은층은 2017년 2%에 비해 올해는 12%로 늘었습니다. 이들 덕에 SNS나 유튜브를 통해서 많이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번 2라운드에서는 피트 스톱을 도입해 화제를 모았는데, 타이어 교체는 이뤄지지 않아서 아쉬웠습니다. 앞으로 이를 보완해 다시 시행할 계획이 있으신가요?

“경기 시간이 길면 브랜드 노출도 많이 되니까 경기 길이를 늘여 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파일럿으로 시도해봤어요. 1시간 30분 동안 레이스를 하면 중간 급유는 무조건 하는데, 타이어는 교체를 안 할 확률이 높다는 분석이 나왔어요. 하지만 아직은 드라이버와 차량, 부품 내구성 검증이 안 됐어요. 모든 경기는 예상치 못한 일이 항상 벌어집니다. 그러면 일단은 시작해보고 문제점과 반응을 확인해보자고 했어요. 엔진. 부품 등의 문제는 없어야 모터스포츠를 보는 이들에게 멋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잖아요. F1 경기처럼 센터락 휠 구조로 바꾸려면 사실 장비와 경험도 매우 필요합니다. 테스트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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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해외 경기는 완전히 중단됐는데요. 혹시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부활할 생각이 있으신지요?

“경기 개최지를 선정할 때는 산업적으로 봤을 때, 얼마나 전략적 국가인가, 개최국가가 얼마나 협조적인가를 봐야 하고, 우리가 얻을 게 있어야 합니다. 요즘처럼 국내 팬들이 많을 때는 해외에서 한 경기라도 해야 할 것 같아요. 코로나 때문에 글로벌 모터스포츠 환경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우리 생각 이상으로 해외 개최가 어려워져서 시간이 걸릴 거 같아요.”

▲지금 동남아에서 K-팝이나 K-뷰티, K-드라마에서 열풍이 있는데요, 그쪽에서 개최할 생각도 있으신가요?

“전 세계적으로 박스카, 투어링카의 자국 리그 경기가 별로 없습니다. 서킷이 있는 곳도 많지 않아요. 일본은 레이스 환경이 좋았고, 가서 많이 배웠습니다. 중국은 불확실한 상황이지만, 일본은 예측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어요. 앞으로는 해외 경기를 할 때 개최권료를 받으면서 진행할 생각도 있습니다.”

▲넥센타이어가 본격적으로 경쟁에 뛰어들면서 경기가 더욱 흥미로워졌습니다. 외산 타이어업체의 적극적인 참여를 끌어낼 방안이 있으신가요?

“사실 매 경기 초청을 하면서 참여를 이끌기 위해 노력을 합니다. 일본도 많이 가서 연구했고요. 그동안 국내 모터스포츠 시장이 아직은 성숙하지 않았다고들 봤는데, 올해는 분위기가 달라졌어요.”

[인터뷰] 슈퍼레이스 김동빈 대표 “주말 나들이요? 모터스포츠가 최고죠”

▲앞으로 슈퍼레이스를 어떻게 이끌어 가실 계획인가요?

“처음에 언급한 ‘대중화’와 ‘산업화’라는 방향을 계속 추진할 겁니다. 우선 경기장을 찾는 이들에게 즐거운 나들이 콘텐츠를 주는 겁니다. 그러자면 레이스만으로 경기의 질이 높아져야 합니다. 경기의 질을 높이는 건 크게 세 가지예요. 우선 팀의 수준이 높아야죠. 두 번째로 오피셜 등에게 투자를 해서 교육하고 심사 수준을 높여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시스템입니다. 경기의 검차와 계측에 관한 장비도 업그레이드해야 하고, 노후화된 경기장도 손봐야 하죠. 이런 건 지자체나 경기장과 함께 해결해야 합니다. 산업화 쪽에서 보면, 모터스포츠 스스로 자립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호주 V8이나 브라질리언 스톡카, 그리고 각종 시가지 레이스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슈퍼레이스 김동빈 대표는 사실 경기장에서 많이 봤지만, 서로 바빠서 잠시 얘기를 나누는 정도에 그쳤었다. 그런데 이번에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보니, 모터스포츠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함께 수많은 고뇌가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기자의 모든 질문에 눈빛을 반짝이면서 대답하는 그의 모습에서 국내 모터스포츠의 밝은 미래가 보였다. 김 대표는 인터뷰를 마치면서 “슈퍼레이스에 참가한 팀들에게 많은 관심을 두면 좋겠다”라면서 경기장을 많이 찾아달라고 당부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임의택 기자 (ferrari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