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도 전략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암의 미세환경뿐만 아니라 주요 전이 경로인 혈관·림프관을 모사한 체외 암 모델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향후 환자에게서 채취한 세포로 암 모델을 제작하면 개인별 맞춤 암 치료를 실현할 수 있다.
포스텍(POSTECH·총장 김무환)은 조동우 기계공학과 교수·통합과정 조원우·안민준 씨, 김병수 부산대 의생명융합공학부 교수 공동연구팀이 인-배스(In-Bath) 3차원 바이오프린팅 기술을 이용해 전이성 흑색종 모델을 제작했다고 7일 밝혔다. 이 모델은 전이성 흑색종의 특성을 모사하는 암 스페로이드(Cancer Spheroid)를 인공 혈관·림프관 사이에 프린팅해 만들어졌다.
연구팀은 앞서 돼지 유래 피부 조직을 탈세포화해 만든 세포외기질 바이오잉크 배스(Bioink Bath) 안에 암 스페로이드를 바이오프린팅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을 이용해 다양한 크기의 암 스페로이드를 혈관과 함께 제작했다. 다만 기존 체외 암 모델에는 면역세포가 이동하는 통로이자 약물 내성에 영향을 미치는 림프관이 포함되지 않았다.
이번에는 바이오프린팅 기술을 통해 암 스페로이드와 혈관·림프관이 공존하는 전이성 암 모델을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 결과 개발된 모델에서 암세포의 침습·전이와 기질 세포에 의한 약물 저항성 등 전이성 흑색종의 특징적인 현상이 관측됐다. 표적 치료에 사용되는 약물 조합을 적용하자 실제와 유사한 반응이 나타나기도 했다.
복잡한 체내 환경을 그대로 구현한 체외 암 모델을 이용하면 암을 더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 환자마다 각기 다르게 나타나는 암의 진행과 치료제 효과를 몸 밖에서 미리 확인할 수 있다. 항암 치료에 대한 환자 부담도 줄어든다. 나아가 개발된 암 모델에 면역세포를 적용하면 실제 암에서 일어나는 암세포와 면역세포의 상호작용과 이로 인한 면역반응 등을 관측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연구재단 나노미래소재원천기술개발사업과 신진연구자지원사업 지원을 통해 이뤄진 이번 연구성과는 최근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에 게재됐다.
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