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과학기술원(GIST·총장 김기선)은 권인찬 신소재공학부 교수팀이 인공지능(AI)을 이용해 우리 몸 안에 100배 오래 머물러 약효를 높일 수 있는 항체조각 기반 항암제 플랫폼을 개발했다고 7일 밝혔다.
항체는 병원성 박테리아나 바이러스 같은 외부 물질이 체내에 침투하면 선택적으로 결합해 외부 물질을 제거하기 위해 면역체계가 만들어내는 단백질이다. 항체 일부인 항체조각은 항체에서 외부 물질과 결합하는 부분으로만 이뤄진 단백질로, 항체보다 크기가 작아 덩어리 형태의 암에 쉽게 침투할 수 있는 장점이 있고 부작용이 적어 새로운 항암치료제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크기가 작아 체내에서 빨리 제거되는 단점이 있다. 이러한 짧은 체내 지속성은 항암 효과를 감소시키기 때문에 항체조각을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해서는 체내 지속성을 늘리는 연구가 필요하다.
권 교수팀은 항체조각 내부에 있는 두 사슬의 연결 부위에 체내 지속성을 연장하는 단백질을 삽입한 새로운 형태의 항체조각 항암제 플랫폼을 개발했다. 이전 연구에서는 체내 지속성을 높이기 위해 알부민과 결합하는 단백질을 항체조각 말단 영역에 연결해 왔지만, 그동안 시도하지 않은 항체조각 내부 연결 부위에 이를 삽입하는 구조를 설계했다.
연구팀은 구글 자회사 딥마인드가 개발한 AI 기반 단백질 구조예측 프로그램 '알파폴드2(AlphaFold2)'를 이용해 체내 지속성 향상을 위해 단백질을 도입한 경우에도 항체조각 구조가 유지됨을 확인했다. 새로 개발한 항체조각은 항체 기능을 유지하면서도 체내 지속성이 기존 항체조각 18분에 비해 약 114배 늘어난 34시간으로 확인됐다. 항체조각에 치료제 등 유용한 물질을 결합해 항암제 플랫폼으로 활용하면 약효가 향상된 다기능성 약물로 폭넓게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권인찬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개발한 항체조각은 말단 영역에 다른 유용한 물질을 결합하면 다기능성 약물로 확장될 수 있는 항암제 플랫폼”이라며 “향후 치료용 펩타이드, 사이토카인, 항체 등의 물질을 결합해 항체-약물 접합체나 이중 항체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NRF) 중견연구자 지원사업과 지스트 연구원(GRI) 기후변화과제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약학 분야 국제학술지인 '파머스틱스(Pharmaceutics)' 온라인에 최근 게재됐다.
광주=김한식기자 h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