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등 신 3고(高)가 우리 경제를 옥죄고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양적 완화 여파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촉발한 유가 및 원자재 가격 상승, 미-중 갈등으로 말미암은 공급망 혼란과 중국 봉쇄조치 등 3고를 유발하는 요인들은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위기를 이겨내고 다시 도약할 수 있는 처방은 무엇일까. 필자는 과거 사례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1980년대 오일쇼크로 말미암은 글로벌 불황에 포스코는 오히려 최신공법 및 설계를 채택한 광양제철소를 건설해서 1990년대 조강 능력 세계 1위 기업으로 성장하며 우리 철강산업의 부흥을 이끌었다. 1990년대 말에는 LG디스플레이가 선제 연구개발(R&D) 투자로 시장 주도권 확보에 성공하며 일본·대만 기업을 투자와 기술 측면에서 도태시켰다. 삼성전자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반도체 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R&D 투자를 증가시키며 모바일용 프로세서, 그래픽용 D램 등 고가 제품의 시장 점유율을 6.8%에서 9.7%까지 높이는 성과를 이뤄 냈다. 결국 우리는 기업들의 R&D 투자와 기술혁신에 기대어 위기 극복은 물론 성장의 물꼬를 터 온 것이다.
지금의 어려움도 기업의 미래를 향한 도전과 혁신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다행히 윤석열 정부는 국정 목표로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를 제시하며 기업의 혁신을 응원하고 있다. 이런 기조를 구체화해서 기업들이 R&D 투자를 확대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강화하길 바란다.
이에 필자는 기업의 기술혁신 부담을 완화하고 도전정신을 높이기 위한 저세금·저비용·저규제의 3저(低) 대책을 빠르게 시행할 것을 제안한다.
첫째 기업들의 성장동력 확보를 지원하기 위해 세금 부담을 낮춰서 R&D 투자 여력을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 R&D에 투자하면 세금을 깎아 주는 세금 감면책이 효과적이다. R&D는 비용이 많이 들고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지만 실패 가능성은 높아서 기업 입장에서 부담인 것이 사실이다. 정부는 세제 혜택을 확대하여 R&D 투자 증가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
둘째 기업의 자체 기술개발에 대한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한 지원책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아직 R&D 인프라가 부족하고 기초기술 저변이 취약해 투입보다 효과가 작은 고비용 R&D 구조로 되어 있다. 만약 기업이 쉽게 활용할 수 있는 기술플랫폼을 통해 기업이 기술파트너와 전문인력, 아이디어, 기술 동향 등 R&D에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면 비용이 훨씬 절감될 것이다. 예를 들어 기업연구소에 대한 모든 데이터가 모여 있는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가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다면 가장 효과적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기업의 신사업 창출을 가로막고 있는 규제를 혁파해야 한다. 창의적 도전의 기업가 정신을 가로막는 잘못된 규제와 관행을 타파하고 새로운 시대에 적합한 제도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다. 혁신 주체는 정부가 아니라 기업이다. 정부는 기업의 혁신 의지에 제도적 걸림돌을 제거 또는 개선하는 등으로 생태계 조성에 매진해야 한다.
신 3고 직격탄은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대기업도 그 여파를 피해 가기 어렵다. 기업의 피해는 곧 국가 경제를 흔들고, 그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다. 정부는 기업 체질과 현재 환경에 맞는 전략적인 기업지원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코로나가 전 세계적인 위협이니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기다리기만 해선 안 되듯이 지금의 신 3고의 위기가 전 세계적인 어려움이라고 해서 아무런 처방 없이 저절로 나아지기만을 기다릴 수는 없는 일이다. 코로나19 극복에 치료제·백신·면역력이 필수이듯 신3고에 저세금·저비용·저규제 등 3저의 처방을 통해 기술혁신을 돕는 정책이 필요한 때다.
조홍래 산기협CEO교류회장(한국도키멕 대표) tokimec@tokim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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