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혁신 기조로 직격탄을 맞은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등이 정부 주도 전시회에 참가할 것을 요청 받아 물의를 빚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산하 과학기술 출연연, 한국과학기술원(KAIST)을 비롯한 과기특성화대학 등 연구기관을 소집해 내년 7월 개최 예정인 '대한민국 기후환경에너지대전(이하 에너지대전)' 참가·협조를 요청했다.
에너지대전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등이 국정과제인 '2030 부산 세계박람회 유치'를 목적으로 추진하는 행사다. 과기 출연연과 과기특성화대 등은 기후변화와 탄소 중립 분야 연구성과 발표, 기술이전 부스 운영 등을 맡는다. 연구기관이 정부 시책 실무에 동원되는 것이다.
참여 연구기관은 적지 않은 예산과 인력을 투입해야 한다. 아직 연구기관의 기여 폭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기존에도 정부 주도 행사에 연구 기관별로 2000~3000만원 가량 예산을 조달해 왔다. 기관별 참여 부스를 늘린다면 예산은 배가된다. 정부가 씀씀이 축소를 고심하는 상황에서 연구기관 지출은 불가피해 보인다.
물론 정부도 내년 말 '대한민국 과학기술대전'을 개최하지 않는 등 연구 현장에 부담을 덜 주는 방안을 모색 중이지만, 에너지대전은 규모가 특히 크다. 연구기관 부담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연구 현장에서는 최근 공공기관 혁신 기조 속에서 지출을 감내하며 정부 시책에 동원되는 것에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연구 현장 상당수는 지난 7월 말 기획재정부가 배포한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에 따라 기관 효율화를 준비하고 있다. 해당 가이드라인은 조직과 인력, 예산, 자산 등 다방면의 축소·감축·정리 등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상당수 기관이 제 살을 깎아내는 계획을 마련, 기재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연구 현장 관계자는 “출연연과 같이 정부 예산을 받는 연구기관이 정부 시책에 응하는 것은 일정부분 필요하다”면서도 “다만 정부 기조로 인력과 예산 등 축소를 감내하는 것이 현 상황으로, 마른 수건에서 물을 짜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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