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유통칼럼]위기 상황을 돌파하는 전략 '피벗'

[플랫폼유통칼럼]위기 상황을 돌파하는 전략 '피벗'

뉴스에서 정치인들의 인터뷰를 보다 보면 기자들의 난처한 질문에 대답을 시작하다가 갑자기 자신들에게 유리한 엉뚱한 주제로 화제를 돌리는 것을 볼 수 있다. '피벗'(Pivot)을 하는 것이다.

기업들도 비즈니스 모델이 원래 계획한 대로 작동하지 않아 위기에 처하면 빠르게 플랜B로 전환하는 피벗을 선택한다. 회사가 비즈니스 방향을 바꾼다는 것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하고 비용을 줄이며 이익을 늘리는 등 수법으로 비즈니스 전략을 변경하는 것이다.

피벗은 농구 경기에서 유래한 용어로, 한 발은 땅에 붙인 상태에서 다른 발로 끊임없이 방향을 바꾸며 기회를 노리는 것을 뜻한다. 즉 핵심 역량을 바탕으로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을 이루는 것이다.

피벗은 제품, 전략, 성장 엔진을 구조적으로 수정하는 것이다. 사업의 방향을 전환하는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이전과는 다른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다. 경쟁사와 시장의 구체적인 반응에 대한 축적된 데이터에 근거해서 새로운 방향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오늘날 인지도가 높은 글로벌 테크기업 가운데 상당수가 초기 비즈니스 모델로 고전을 거듭하다 사업 방향을 180도 전환해서 성공한 경우가 많다. 아마존은 창립 초기에 '세상의 모든 것을 파는 전자상거래 회사'를 표방했다. 온라인 서점 웹사이트를 기반으로 다양한 물품을 싸고 신속하게 제공하는 데 조직의 역량을 집중했다. 그러나 적자가 심해지자 회사 존립과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회의가 시장에서 흘러나왔다. 아마존은 피벗을 통해 전자상거래, 물류,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우주 사업까지 영역을 확장하며 세계 최고 기업이 됐다. 최근에는 헬스케어 산업으로 비즈니스 중심축을 옮기고 있다.

유튜브의 원래 비즈니스 모델은 비디오 기반의 데이트 서비스였다. 사용자들이 자신의 이상형을 설명하는 짧은 비디오를 업로드하고 이를 기반으로 매칭되는 서비스였다. 별다른 반응을 끌지 못하자 동영상 공유 웹사이트로 방향을 바꿨다. 첫 번째 동영상이 업로드된 지 1년 만에 구글이 16억달러에 인수했다.

트위터는 피벗의 가장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트위터는 초기에 '오데오'(Odeo)라는 팟캐스트 공유 서비스로 시작했다. 같은 해 애플이 아이튠즈에 팟캐스트 플랫폼을 도입하면서 애플과의 경쟁을 피하기 위해 고심을 거듭하다 내놓은 것이 트위터다. 위기를 기회로 만든 사례다.

2조5000억원 기업가치의 유니콘기업 '직방'은 모바일 부동산 플랫폼의 선두주자지만 이 역시 피벗의 결과다. 초기 서비스는 사용자가 물건을 살 때 결제를 도와주는 플랫폼이었지만 구매하는 사람도 거의 없었고 결제도 이루어지지 않아 결국 서비스를 종료했다. 이후 실패를 딛고 피벗을 해서 직방을 탄생시켰다.

기업가치 5000억원의 예비 유니콘기업 마이쿤의 첫발은 '만땅'이라는 스마트폰 배터리 공유 서비스였다. 하지만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제품을 일체형 배터리로 출시하면서 시장 상황이 완전히 변함에 따라 결국 서비스를 종료했다. 이후 수많은 아이템을 검토한 끝에 오디오콘텐츠 플랫폼 '스푼'을 출시했고, 일본·인도네시아 등 해외에도 서비스하고 있다.

비즈니스 모델이나 서비스를 바꾼다는 것은 지금까지 투자하고 노력한 모든 것을 포기하고 바닥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는, 절대로 쉽지 않은 일이다. 또 피벗은 모든 비즈니스 문제를 해결하는 마법이 아니다. 그리고 실패 공산도 매우 높다. 그럼에도 현재의 비즈니스 모델이 성공적이지 않다면 신중하게 피벗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엄청난 돈과 자원을 투자해도 별 진전이 없거나 경쟁이 너무 치열하거나 회사의 성장이 멈췄을 때 피벗을 고려해야 한다. 또 고객이 회사 전체가 아닌 일부 기능이나 서비스에만 관심을 보일 때, 예상한 대로 시장 반응이 나타나지 않을 때, 시장 상황이 갑자기 바뀔 때 비즈니스 전환을 고려해야 한다. 피벗으로 회사 위기를 돌파하려면 다음을 명심해야 한다.

첫째 적게 시작해야 한다. 새로운 제품에 도입하려는 기능이 많을수록 고객을 혼란스럽게 하고, 마케팅 효과가 희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새로운 목표를 다시 세워야 한다. 기존 비즈니스 목표와 비교하지 말고 새로운 수익 목표와 고객 유치 수를 결정해야 한다. 과거와 비교하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셋째 타깃 고객과 욕구를 명확히 이해해야 한다.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잠재고객과 그들의 불만을 데이터를 통해 객관적으로 분석해야만 실패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다. 넷째 피벗을 하기 전에 경쟁자를 완벽하게 파악해야 한다. 경쟁우위를 연구하고,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는지 전략을 세워야 한다. 획기적인 차이가 없다면 포기해야 한다. 다섯째 고객의 언어로 이야기해야 한다. 피벗은 단지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 해도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메시지가 없으면 실패하기 쉽다. 이러한 메시지는 반드시 공급자의 언어가 아니라 고객 관점에서 만들어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여섯째 회사의 모든 구성원이 피벗을 이해하고 함께 참여해야 한다. 집단지성을 일으키는 치밀한 전략이 있어야 피벗의 목표 설정, 실행 과정이 계획대로 진행될 수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가운데 글로벌 IT 기업들이 비용 절감과 생산성 향상을 위해 신규 채용을 줄이고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실적 둔화에 직면한 국내 IT 기업들도 이러한 글로벌 흐름에 맞춰 채용 인원을 축소하는 등 허리띠 졸라매기에 들어갔다. 모든 기업이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 미래의 성공을 위한 피벗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 hsryou60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