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관련 연구를 시작한 지 만으로 5년이 지났지만 당시 검토한 글로벌 유니콘 기업의 핵심 비즈니스는 여전히 국내 시장에 대부분 도입될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하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장석환 아산나눔재단 이사장)
아산나눔재단과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아마존웹서비스(AWS) 등이 7일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 회관에서 국내 창업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2022 정책 제안 발표회'를 열었다.
앞서 문재인 정부에서 '민생과 혁신을 위한 규제 재설계'를 목표로 한걸음 모델, 규제샌드박스 등을 추진했지만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규제 개선은 이뤄지지 못했다는 평가다. 전경련 조사에 따르면 규제개혁 만족도는 2018년 15.1%에서 2021년 7.8%로 7.3%포인트(P) 감소했다. '보이지 않는 규제에 대한 해결 미흡' '해당 분야 규제의 신설·강화' 등이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다.
실제 2017년 누적투자액 기준 글로벌 100대 유니콘 중 국내에서 온전한 사업이 불가능한 56개사의 비즈니스를 살펴보면 현재 1개사가 줄은 55개사로 사정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동안 우버,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 니오, 스퀘어가 세계 최대 주식시장인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이름을 올리는 등 총 23개사가 유니콘을 넘어 상장사로 성장했다. 2017년 누적투자액이 60조원이었던 23개사는 지난달 말 기준 시가총액이 497조2000억원에 달한다. 해외 스타트업이 승승장구하는 사이 국내에선 승차공유, 원격의료, 공유숙박 등 사업이 이해관계자들과의 갈등으로 안착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박경수 삼정KPMG 상무는 “국내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넘어 국내 기업들이 향후 규제가 해소된 후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에서 생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커진다”고 말했다.
스타트업 업계는 이날 혁신 비즈니스의 성공적 도입을 위해 △통합적 규제 해소와 전주기적 지원 △상생 위한 근거 기반의 사회적 합의 △수요자 관점의 규제혁신제도 운영 등을 제안했다. 먼저 혁신 비즈니스 관점의 네거티브 규제(금지사항만 정하고 나머지는 자율로 허용하는 규제방식) 전환을 확대하고 규제 발굴 및 비즈니스 구체화부터 시장 진입 및 성장을 위한 투자 유치까지 정부 차원 체계적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신·구 산업 간 갈등 조정을 위해 정부가 구체적인 이행방안을 마련하고 합의를 이끌어줄 것을 촉구했다. 아울러 규제샌드박스 추진 기업이 애로사항으로 지적하는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 세부 단계별 제도 개선에 나서는 한편 특정 지역에서 조건 없이 글로벌 수준의 비즈니스를 추진할 수 있는 '지역 단위 비즈니스 우선 추진 절차'를 마련할 것을 제언했다.
최항집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정부의 규제혁신정책이 스타트업의 혁신을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이번 제언에 귀를 기울여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스타트업의 본질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지만 스스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바로 규제”라며 “이번에 다양한 규제혁신 방안을 담은 만큼 면밀히 검토해 창업 생태계가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조재학기자 2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