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이나 과학관 전시물을 더욱 다채롭게 볼 수 있게 돕는 기술이 국내 개발됐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이우훈 산업디자인학과 교수, 이기혁 전산학부 교수팀이 사물 표면에서 마치 그 내부를 투시하듯 영상을 제공하는 증강현실(AR) 장치 '원더스코프'를 개발했다고 13일 밝혔다. 스마트폰에 원더스코프를 장착, 블루투스로 연결해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하는 것만으로 전시물 내부를 투시하는 '매직 렌즈' 효과를 낼 수 있다.
스마트폰이 전시물 표면 어디에 위치하는지 정확하게 파악해 해당 위치에 맞는 영상을 출력하는 것이 관건이다. 그동안은 전시물 내부나 외부에 인식 장치를 추가로 설치하거나 전시물 표면에 특수 패턴을 인쇄해야 했다. 이 경우 전시물 외관이 복잡해지고 공간 구성에 제약이 생긴다.
원더스코프는 전시물 표면에 부착된 작은 RFID(전파 이용 근거리 정보 인식) 태그를 읽어 위치를 파악하고, 광학적 변위 센서와 가속도 센서로 움직이는 스마트폰 위치를 계산하는 식으로 측위 정확도를 높였다. 두 센서 덕에 종이, 돌, 나무, 플라스틱, 아크릴, 유리 등 다양한 전시물 표면에서도 위치 파악이 가능하다. 표면에서 4㎝ 정도 떨어진 근거리에서도 기능한다.
연구팀은 범용 가상현실(VR) 및 게임 엔진인 유니티(Unity)를 활용해 스마트폰 앱을 쉽게 제작할 수 있도록 다양한 사례 프로젝트 탬플릿, 원더스코프 활용지원 도구를 개발했다. 원더스코프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갖는 스마트워치, 스마트폰, 태블릿과 연동해 사용할 수 있어 전시물에 다양한 형태로 적용할 수 있다.
원더스코프는 직경 5㎝, 높이 4.5㎝ 원통형 앱세서리(앱 보완 액세서리) 모듈로 스마트폰에 쉽게 부착할 수 있고 대부분 전시물에 문제없이 내장시킬 수 있다.
연구팀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문화전시 서비스 역량강화지원사업 지원을 받아 원더스코프를 개발했다. 지질박물관에서 개최된 '그곳에 화산이 있었다' 특별전에 지하 화산활동과 화산암 내부를 관찰하는 도구로 활용됐다. 국립중앙과학관에서 열린 '청동거울, 과학을 비추다' 특별전에서는 청동거울 표면 관찰 도구로 활용됐고, 최근 달 탐사 특별전에서도 달착륙선 체험 콘텐츠를 전시했다.
연구팀은 지난달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ACM 시그래프(SIGGRAPH)' 신기술전시회에서 원더스코프 데모를 전시, 우수전시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우훈 교수는 “원더스코프가 교육은 물론 상업 전시에서도 다양한 응용이 가능할 것”이라며 “어린이 호기심을 자극하는 인터랙티브 교구로도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