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영향평가 업계가 평가의 모든 책임을 평가업체에 전가하는 '기업규제'를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평가서와 협의 행정 책임이 있는 사업자(발주자)와 협의기관(정부)에 대한 처분은 없어 형평성 논란이 제기된다.
박민대 한국환경영향평가협회장은 지난달 대통령 주재 제1회 규제혁신전략회의에 보고된 환경규제 혁신 방안의 '절차 간소화'와 '투명성 강화'라는 방향성에 공감하면서도 이 같은 추가 과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밝혔다.
1980년 도입된 환경영향평가는 과학기술 발전, 지방분권 등 시대 변화에 따라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규제혁신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내건 현 정부는 최근 '환경규제 혁신 방안'을 마련했지만, 환경영향평가 업계는 평가기업에만 책임을 전가하는 기업규제 개선 과제가 빠져있다고 비판했다.
환경영향평가는 발주자가 환경영향평가서를 대행업자에게 대행시켜 작성해 제출한다. 정부는 전문기관이 참여한 가운데 협의하고 조건부 협의 의견을 부여하는 과정을 거친다. 발주자가 승인서류에 반영하면 승인기관이 최종 사업승인을 한다. 이처럼 발주자와 정부가 중요한 역할을 함에도 불구하고 평가 부실로 사고가 발생하면 평가서 대행업자인 기업에만 책임을 묻는다.
박 회장은 “평가서에 대한 책임은 발주자에게 있고 행정협의 책임은 정부에 있는데 이들에 대한 처분은 없다”면서 “권한과 책임의 법리적 모순으로 모든 환경영향평가의 책임을 환경영향평가업을 영위하고 있는 기업에만 전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주자와 대행업자 간 계약에 의해 만들어진 성과품임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평가대행업자를 처분하는 것은 법리적 오류가 있다”면서 “발주자와 정부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사소한 부실도 중대범죄로 취급해 6개월 영업정지에 사전적격성평가(PQ) 4점 감점을 주니 기업은 1~2년 안에 도산하게 된다”고 성토했다.
환경부는 환경규제 혁신 방안에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 검토해 환경영향평가 여부를 판단하는 '스크리닝 제도'의 단계적 도입 계획을 담았다. 또 수십년간 누적된 평가 데이터를 활용해 조사 범위·항목을 구체적으로 정해 발주자가 필수 조사에 집중할 수 있게 제도를 개선할 방침도 세웠다.
그러나 박 회장은 “스크리닝 제도는 환경영향평가제도라는 큰 틀에서 보면 또 하나의 절차가 추가돼 평가기간이 늘어나 사업자에게 부담으로 다가갈 것”이라면서 “평가항목·범위를 정해 꼭 필요한 것만 선택과 집중하는 현 '스코핑' 제도만 잘 운영해도 비용절감·기간단축 효과를 충분히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환경영향평가 전문성이 부족한 승인기관이 전략환경영향평가, 환경영향평가, 소규모환경영향평가의 종류별 규모·목적에 따라 조사범위나 항목을 결정하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환경영향평가 전문가가 대체하도록 보완하자”고 제안했다.
이준희기자 jhlee@etnews.com
한국환경영향평가협회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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