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모듈원자로(SMR·Small Modular Reactor)는 출력 300㎿ 이하 원자로를 말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300㎿급 이하를 소형원자로, 700㎿ 이하를 중형 원자로로 분류한다. 1000~1400㎿에 이르는 기존 대형원전에 비해 용량과 크기를 크게 줄였다. 운송이 가능한 정도로 모듈형 방식도 특징이다. 모듈형으로 이어 붙여 전체 용량을 설계하는 것이 가능하다. 기존 대형 원전과 달리 배관 없이 주요 기기를 하나의 용기로 구성할 수 있다. SMR 특성상 원자로 냉각제 배관 파손으로 인한 방사능 유출 가능성이 적어 안전성이 뛰어나다.
SMR는 세계적으로 차세대 원전 시장을 키울 기폭제로 꼽힌다. 사고가 났을 때 외부전원이나 별도 조작 없이 안전성을 유지하는 '피동형' 방식을 채택해 안전성에 대한 우려를 불식 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용도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SMR는 전력공급 용도뿐만 아니라 공정열 생산, 수소·담수 생산, 선박 추진 등으로도 적용가능하다. 또 소규모 전력망에서 활용하기 좋을 뿐만 아니라 대규모 발전도 가능하다. 기술적으로는 해안뿐만 아니라 내륙지역에 건설 가능하다는 점이 장점이다. 현장 작업이 아닌 공장 작업 빈도가 높아 경제성 또한 확보하기 쉽다.
세계 주요국과 기업은 SMR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투자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 캐나다, 영국, 프랑스, 우리나라 등에서 약 70개 노형을 개발하고 있다. 가압경수로형(PWR)형이 가장 많은 23기, 4세대 원전인 초고온가스로 14기, 고속중성자로 11기, 용융염로 10기 등을 개발하고 있다.
SMR는 2030년대에 상용화돼 세계 발전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 국립원자력연구소는 2035년엔 SMR 시장 규모가 390조∼62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원자력협회(WNA) 등은 2035년 SMR 시장은 64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우리 정부와 기업도 SMR 기술 개발을 강화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i-SMR)'를 2028년까지 개발할 계획이다. 혁신형 SMR는 170㎿ 용량으로 국내 원전 기술이 활용될 전망이다. 민간기업에서는 SMR 기술을 갖춘 기업과 협력이 활발하다. SK그룹은 빌게이츠가 세운 차세대 원전 벤처기업인 테라파워에 3000억원 수준을 투자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미국 뉴스케일 파워와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우리나라가 소형원자로 기술은 다른 나라보다 뒤지지 않게 개발했지만, 소형 원자로를 여러개 묶어 시스템 모듈로 만드는 것은 미국이 앞서나가고 있다”면서 “시스템 모듈로 묶으면 경제성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데 이것을 따라잡는 것이 향후 과제”라고 말했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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