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는 국민에게 더 편리한 정부서비스를 제공하는 '디지털플랫폼 정부'를 목표로 출범했다. 디지털플랫폼 정부를 페이퍼리스 관점에서 보면 정부에서 발급하는 다양한 증명서를 정부 앱이나 사이트에 방문하지 않고도 국민이 자주 사용하는 친숙한 플랫폼에서 손쉽게 발급, 제3기관에 제출하는 것까지 종이 출력 없이 원클릭으로 가능한 환경이다. 정부와 국민은 디지털플랫폼 정부를 통해 업무 효율성, 이용 편의성에 이어 탄소 감축 효과까지 볼 수 있게 된다.
그렇다면 민간의 페이퍼리스 수준은 어떨까. 민간의 종이문서는 기업-기업, 기업 내부, 기업-소비자 등 분야로 나눠 볼 수 있다.
먼저 기업 간 송·수신되는 종이문서를 대체하기 위한 전자문서법 상 '공인전자문서중계자' 제도를 이용해 저렴한 비용으로 기존 등기우편과 동일한 법적 효력을 내는 '모바일 전자고지' 서비스가 있다.
다만 이를 이용하려면 온라인상 기업을 식별하기 위한 공인 전자주소가 필요하다. 현재 국민연금, 지방세, 예비군 통지서 등 국민 개인에게 고지하는 많은 정부 문서가 전자문서 형태로 전달되고 있어 국민 개인의 공인 전자주소는 많이 확보되어 있지만 기업의 공인 전자주소는 상대적으로 부족, 더 많은 기업의 참여가 필요하다. 중계자를 통한 기업 간 전자문서 유통이 활발해지면 디지털플랫폼 정부 인프라와 연동, 공공·민간을 아우르는 범국가적 유통채널이 만들어질 것이다.
둘째 기업 내 종이로 보관된 문서를 없애기 위해서는 '전자문서 작업장' 및 '공인전자문서센터'라는 인프라를 이용할 수 있다. 기존 종이문서를 디지털로 변환한 것을 전자화 문서라고 부르는데 전자화 문서가 생성·보관되는 동안 위·변조가 일어나지 않았음을 전자문서법에 따라 공인된 사업자가 보증하는 것이다.
앞으로는 블록체인 등 다양한 기술적 수단을 통해 개별 기업이 스스로 전자화 문서를 생성·보관하면서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까지 일상에서 디지털전환이 상시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할 것이다.
셋째 기업과 소비자 간에는 전자영수증, 전자처방전 등 다양한 형태의 전자문서가 가능하다. 다만 이들 서비스는 다양한 부처와 다양한 법률이 얽혀 있어 종이문서를 당장 전면 전자화가 쉽지 않다. 현재는 법령이 허용되는 한도에서 선도 서비스 형태로 조금씩 그 영역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종이문서를 없애고 디지털화한다는 것은 단순히 디지털 형태로 문서를 생성·유통·보관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데이터 산업시대에 걸맞게 문서 내용을 데이터 형태로 추출해서 신서비스를 창출하는 등 다양하게 활용하는 방향으로까지 나가야 한다. 산업계에서 전자문서를 디지털문서로 바꿔 부르자는 이유다.
1900여년 전 중국에서 종이를 발명하고 15세기 독일인 요하네스 구텐베르크에 의한 인쇄혁명이 일어난 이후 수세기가 흘렀다. 디지털 대전환 시기를 사는 우리는 오늘도 회사에서 수많은 종이를 인쇄하고 폐기하고 있다. 사회 전 분야에서 환경과 효율을 동시에 지향하는 페이퍼리스 환경을 만들고 데이터의 보고인 디지털문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인식과 행동 전환이 필요하다.
권현오 한국인터넷진흥원 본부장 hyun5@kis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