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 중소기업계, '납품대금 연동제' 법제화까지 속도 내야

중소기업계는 납품단가 연동제가 '납품대금 연동제'라는 이름으로 시범운영되는 것을 환영하면서도 법제화까지 속도를 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업 간 자율로 시행하면 참여 범위가 제한적이고 내용도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마침 국회에서도 납품단가 연동제 법제화에 여야 모두 찬성하고 있어 법 제정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중소기업계가 법제화를 원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이번 시범운영에 참여하는 수탁기업 중 상당수는 기존에도 자율적으로 납품대금 연동제를 시행해왔다. 즉 상생의지와 선의를 가진 기업이다. 하지만 연동제를 전체 기업으로 확산하는 것은 쉽지 않다. 선의에만 기대서는 모든 기업의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없다.

자율 방식의 연동제가 확산되더라도 기업간 자율협약인 만큼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조정 대상 품목, 조정 비율, 기간 등에서 제각각이 될 수 있어 업종별 편차가 클 수 있다.

중소기업계는 연동제를 법으로 명문화하고, 처벌 규정까지 마련해 연동제가 강력하게 뿌리내리도록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일반 국민도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강하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도 연동제 도입이 필요하고 법으로 제도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우세했다.

중기중앙회가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납품단가 연동제 대국민 인식조사'에서 97.9%가 대·중소기업 간 공정한 납품거래 환경 구축이 경제 성장에 '중요하다'라고 응답했다. 또 대·중소기업 간 거래 시 원자재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이 제값을 못 받는 현실에 대해 94.5%가 '불공정하다'고 답했다.

특히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 필요에 대해서는 95.4%가 '필요하다'고 답했고 바람직한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방식으로는 88.7%가 최소한 주요 조건을 법제화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양찬회 중기중앙회 혁신성장본부장은 “납품단가 연동제를 기업간 선의나 자율에 맡길 경우 한계가 있는 만큼, 여야가 민생법안으로 합의한 납품단가 연동제 법안이 국회 민생특위를 통해 조속히 통과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연동제를 법제화할 경우 납품단가 반영에 대한 법적 근거와 표준계약서 작성 의무화 등을 담아야 하고 위반 시 처벌 조항도 포함해야 한다. 처벌 조항이 담기면 연동제를 강력하게 정착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시행령에 구체적인 원자재 가격 기준과 범위, 인상률 조건 등을 반영하면 업종과 시장 상황에 맞게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그러나 연동제 법제화에 대해서는 정부와 국회 간 미묘한 온도차가 있다.

국회는 납품단가 연동제 법제화에 여야 모두 강한 의지를 보인다. 현재 국회 민생경제안정특별위원회를 중심으로 납품단가 연동제 입법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미 연동제 도입 내용을 담은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과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6건이 특위에 상정돼 있다. 국회는 발의된 법안을 중심으로 정부와 세부 내용을 조율해 조속히 입법화하자는 입장이다.

반면에 정부는 법제화에 동의하지만 시범운영 결과를 보면서 신중하게 하자는 입장이다. 실제 제도 운영 결과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올 수 있는 만큼 부작용을 최소하하면서 법제화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재계 일각에서도 성급한 법제화는 자칫 수탁기업에 새로운 규제가 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종과 원자재 종류, 반영 비율 등이 천차만별이어서 법으로 일률적으로 규정하기 어렵다는 점도 법제화 신중론에 힘을 보탠다.

이영 중기부 장관은 “시범 운영 결과를 보면서 법제화를 병행하겠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힌 바 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