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수명 만료 원전의 계속운전 추진을 포함한 '새정부 에너지정책 방향'과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실무안 발표 이후 일부 언론 및 환경단체를 통해 탈원전으로의 회귀를 위한 '공포 마케팅'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 5년 동안의 탈원전 정책은 원자력계에 원전 산업생태계 파괴, 기술 경쟁력 약화, 대학 인력양성 체계 훼손, 발전사 수익성 악화 등의 상처를 남겼다. 에너지 산업에는 한국전력공사의 적자 심화, 중장기 에너지 정책 왜곡 등 문제를 발생시켰다. 두 번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은 탈원전 정책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 선동적 주장의 확대·재생산을 경계해야 한다.
안전공학에서 위해도 또는 리스크는 사고 발생 확률과 해당 사고에 의한 인간 및 환경 피해의 곱으로 정의된다. 이는 사고 확률이 낮더라도 피해가 큰 사고에 대해 철저히 대비할 수 있는 기준을 제공한다. 또 하늘이 무너지는 경우와 같이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지만 발생 빈도가 우려할 수준이 아닌 경우 해당 시나리오를 배제할 수 있는 수단도 된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원자력 이용 국가 대부분은 '원전이 다른 발전원에 비해 위험하지 않고, 원전으로부터 추가되는 위해도가 무시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는 안전 목표를 적용하고 있다. 최근 신고리 3·4호기에 대해 수행된 사고 시나리오별 장기 암 사망 위해도 평가에서는 규제 목표치인 연간 0.000001명보다도 현저히 낮은 결과가 도출됐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의 운수사고, 추락사고 등으로 말미암은 사고사가 연간 7700여명(인구 10만명당 14.9명)인 것을 고려하면 원전에 의한 위해도는 다른 사고사에 비해 무시할 수 있는 수준으로 관리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전 세계 원전은 누적가동연수 1만9000여년을 기록하며, 현재 세계 전력 생산량의 약 11%를 담당하고 있다. 우리나라 원자로형인 가압수형 원전에서는 단 한 차례의 방사선사고 사망자도 없었으며, 우리와는 원자로형이 다른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사고조차 방사능에 의한 사망자는 없었다. 원전사고에 의한 사망사례는 43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체르노빌 사고가 유일하다. 최근 발표된 발전원별 연료 채굴과 이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망자 수 통계자료를 보면 생산전력 테라와트시당 사망자 수가 석탄 100, 석유 36, 천연가스 4, 수력 1.4, 옥상태양광 0.44, 풍력 0.15, 원자력 0.09로 조사됐다.
즉 원전은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포함하더라도 모든 발전원 가운데 가장 안전하며, 심지어 옥상태양광에 비해서도 5배 가까이 안전하다.
그러나 위해도 관점에서의 안전 지표가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원자력의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는 객관적인 안전과 주관적인 안심의 차이에서 기인하며, 안심도 또는 주관적 위해도는 앞에서 정의한 위해도와 사고에 대한 불안감의 곱으로 정의될 수 있다. 즉 과학적 위험 정도가 낮더라도 해당 사고에 대한 불안감이 큰 경우 객관적 안전성에 대한 판단이 흐려질 수 있다. 따라서 원자력계는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원자력 안전을 달성하기 위해 원전사고 확률을 더욱 낮추고 사고 피해를 줄일 수 있는 기술 개발과 함께 원전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국민과 활발하게 소통할 필요가 있다.
탈핵 진영의 공포 마케팅이 공략하는 부분도 원전의 과학적 안전 지표가 아닌 불안감 조장에 있다. 요제프 괴벨스의 선동 기법과 같은 왜곡된 주장에 의한 공포감 조성으로 원자력의 수용성을 낮추고, 이를 통해 결국 원전 산업을 재기 불능 상태로 만들려는 것이다. 기후위기대응체제 구축을 위해서는 에너지의 전기화가 필수적이며, 탈탄소 발전원은 원자력과 재생에너지밖에 없다.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이라는 국가적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에너지 전문가들은 해결책을 모색하고 국민은 선동적 주장들을 경계하여야 한다.
심형진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shimhj@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