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카카오가 스타트업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금리인상과 경기침체 등으로 국내 스타트업 투자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은 가운데에서의 이례적 행보다. 투자사가 안정적인 실적이 기대되는 기업에 '후속 투자'하는 비중을 늘리는 반면 이들은 '신규 투자'에 더 집중하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8월 말 기준 올해 스타트업 14개사, 25개사에 각각 신규 투자를 했다. 네이버는 D2SF(D2 Startup Factory), 카카오는 카카오벤처스가 투자를 이끌고 있다. 네이버 D2SF의 경우 신규 투자 외 후속 투자 6건을 합치면 올해 20개사에 투자했다. 특히 후속 투자보다는 신규 투자가 갑절 이상 이뤄졌다. 연말까지 투자를 이어 간다면 지난해 31개사보다 더 많은 스타트업에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네이버 D2SF는 올해 '커머스'와 '콘텐츠' 분야 스타트업에 중점적으로 투자했다. 신규·후속 투자를 포함해 각각 4팀의 스타트업에 투자를 진행했고, 커머스·콘텐츠 분야 신규투자팀을 각자 공개 모집하기도 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커머스·콘텐츠 중심으로 외형 확장 및 수익을 끌어올리겠다는 의지와 맞물려 있다. 재무적 차익을 실현하기 위한 목적인 재무적 투자자(FI)가 아닌 전략적 투자자(SI)로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네이버가 투자한 콘텐츠 스타트업의 경우 메타버스 등 새 플랫폼에서 이용자 몰입도를 높일 수 있는 콘텐츠 기술, 이머시브(몰입형) 기술 등 스타트업이 포진해 있다. 지이모션, 가우디오랩 등에 투자한 네이버는 이들과 시너지 창출에 집중하고 있다. 커머스 스타트업인 유니드컴즈, 온더룩과는 네이버 커머스솔루션마켓과 협력을 논의하고 있다.
카카오벤처스는 올해 25건의 신규 투자를 완료했다. 지난해의 투자 기록 30건을 무난히 넘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후속 투자는 이미 8건 진행했다. 특히 신규 투자한 스타트업의 업종을 살펴보면 전체의 40%가 디지털헬스케어 분야고, 그 뒤를 인공지능(AI) 분야 스타트업이 이었다. 그외 콘텐츠, 게임, 커머스, 인적자원관리(HR) 등 다양하게 분포해 있다.
카카오는 헬스케어 분야를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카카오 기술과 디지털 역량, 이용자 서비스 경험 등 차별화한 디지털 헬스케어서비스를 무기로 세계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계획이다. 계열사 카카오뱅크에서도 전략투자팀을 별도로 꾸리는 등 스타트업 투자 시장에서의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