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보폭 넓히는 주요국…韓銀만 '베이비 스텝' 고수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를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이 일제히 기준금리를 큰 폭으로 인상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행만 금리를 0.25%포인트(P) 올리는 '베이비 스텝'을 고수하고 있어 전 세계적 금리 인상 흐름에서 뒤쳐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한은이 연말까지 소폭의 금리만 올릴 경우 한·미 금리차가 최대 1%P 이상 벌어지게 되고 원/달러 환율은 떨어질 기미가 없어 외화 유출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15일 시카고상품거래소 그룹의 실시간 미국 금리 예측 분석 도구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30분 기준 오는 20~21일(현지시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를 0.75%P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 확률이 70%에 달한다. 심지어는 1.0%P 올리는 '울트라 스텝' 확률도 30%나 된다. 적어도 0.75%P는 인상을 한다는 얘기다.

지난 13일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발표되면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공포가 엄습한 영향이다.

미국뿐 아니라 주요국 중앙은행이 연신 금리를 큰 폭으로 올리고 있다. 지난 7일 캐나다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0.75%P 올린 3.25%로 정했다. 14년 만에 최고치다.

유럽중앙은행(ECB)도 지난 7월 빅스텝(금리 0.5%P 인상)에 이어 지난 8일에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했다. 10년 가까이 제로금리를 유지하던 ECB는 이제 금리를 1.25%로 올렸다.

지난달 빅스텝을 밟은 영국 영란은행은 또다시 빅스텝을 예고하고 있다. 당초 15일 예정된 금리결정회의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서거에 따라 오는 22일로 연기됐다.

한은 역시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갈 수밖에 없는데 남은 두 번의 금융통화위원회(10월, 11월) 회의에서 0.25%P씩 올리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지난 7월 빅스텝은 예외적인 경우라고 못박기까지 했다.

금리를 한꺼번에 많이 올리면 가계부채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 경우 가계 이자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가계부채는 올해 2분기 1870조원에 달한다.

그럼에도 일정 부분 희생과 경기침체를 감수하더라도 물가를 잡기 위해 빅스텝을 다시 밟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금리 보폭 넓히는 주요국…韓銀만 '베이비 스텝' 고수

한은의 금리 보폭을 결정할 변수는 역시 이달 열리는 FOMC 결과다. 현재 한국(2.5%)과 미국(2.25~2.5%) 기준금리 상단이 같은 상황에서 이번에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하면 미국(3.0~3.25%) 금리 상단은 우리보다 0.75%P 높아진다. Fed가 11월과 12월 각각 0.5%P씩 금리를 올리면 연말 Fed 금리는 4.25%를 찍는다. 한은이 0.25%P씩 올려 3.0%에 진입해도 한·미 금리차가 1.25%P로 벌어지는 것이다.

이 역전 폭이 커질수록 외화유출 가능성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원/환율이 1390원을 넘어 1400원을 바라보고 있다. 지난달 금통위 회의에서 한 금통위원은 “향후 금리 차가 확대되면서 역전 기간이 길어지거나 주요 신흥국의 금융불안이 확산될 경우 국내에서도 일부 외국자본이 유출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민영기자 my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