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경 칼럼] 물류 EV 산업 활성화... ‘슈퍼 스타’가 필요하다

△강태경 이엔플러스 부사장.
△강태경 이엔플러스 부사장.

강태경 이엔플러스 신소재사업본부 부사장

얼마 전 물류 배달용 오토바이 업체들과 미팅에서 배달원들의 오토바이 기본 리스료가 연간 1300만~1500만원에 달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비싼 리스료에도 불구하고 구매가 아닌 리스를 선택하는 이유를 묻자 배달원이 직접 보험을 들기엔 보험료 부담이 큰데다 오토바이를 교체할 때 등록세나 취득세도 만만치 않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흥미로운 대목은 배달용 오토바이 시장에 부는 ‘리스 바람’이 나비효과처럼 돌고 돌아 전기 오토바이 시장을 키우고 있다는 점이었다. 전기 오토바이가 내연기관 오토바이 대비 30% 더 수익이 남다 보니 리스 업체들이 관련 상품들을 적극적으로 팔기 시작했고, 덕분에 배달용 오토바이 시장에선 전기 오토바이로의 전환이 자연스레 이뤄지고 있다.

게다가 유통 업계에서도 전기 오토바이나 전기 트럭과 같은 ‘친환경 EV(Electric Vehicle)’를 적극 도입하는 추세다.

SSG닷컴은 2020년 말부터 현대글로비스와 손잡고 냉장, 냉동 기능이 탑재된 전기차를 업계 최초로 도입했고, 이마트는 업무보조용 차량을 전기차로 교체해 시범 운영 중이다. 롯데푸드는 전국 영업장 판매용 배송 차량을 오는 2025년까지 100% 친환경 전기차로 전환할 방침이다. 쿠팡이츠는 지난해 배달플랫폼 중 가장 먼저 전기 오토바이를 도입하기도 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앞으로 본격적으로 펼쳐질 ‘친환경 EV’ 시대를 맞아 우리나라보다 중국의 업체들이 더 빠르게 시장을 선점해 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국내 전기 오토바이 시장을 살펴보면, 중국 업체의 시장점유율은 50%를 넘는다. 심지어 국내 업체들도 핵심 부품으로 중국산을 사용하고 있다.

중국 업체들이 단숨에 국내 시장을 공략할 수 있었던 비결은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은 제조업을 키우기 위해 ‘중국제조 2025’전략을 세우고 전기차 업체들을 대상으로 보조금 정책을 펼쳐왔다. 중국 업체들은 정부의 지원사격에 힘입어 고속 성장하고 있는데, 3D스캐너로 시제품을 찍어내고 3일이면 완성품을 만들어 낼 정도로 생산 속도가 빠른데다 가격 경쟁력도 갖추고 있다.

친환경 EV 시대에 대비하려면 이제는 물류차나 이륜차 시장에서도 완성차 시장의 현대기아차와 같은 ‘슈퍼 스타’를 키워야 한다. 국내의 작은 기업들이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특히 연구개발을 위한 보조금 형태의 지원만이 아닌 승인이나 허가와 관련된 제도 차원의 지원도 필요하다. 국내 기업이 택배 물류용 전기차량을 만들 경우, 환경부나 국토부의 승인을 받기까지 시간도 오래 걸릴 뿐 아니라 비용 부담도 상당하다. 거의 5억 원 정도가 들어가는데 작은 중소기업 입장에선 정부 인증의 산을 넘어 성장하기 위한 비용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이엔플러스는 친환경 EV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중국 전기상용차 업체 지앙수 펑추언 뉴에너지 파워테크놀로지(Jiangsu Fengchuen NewEnergy and Power Technology)에 총 9000만(약174억원)을 투자해 지분율 25.62%를 확보하고 있다. 지앙수FC는 EV 화물차(Cargo)와 밴(VAN)을 전문적으로 제조하는 곳으로 유럽 17개국에 42개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다. 이엔플러스는 지앙수FC와 협력을 통해 국내 전기물류차 시장 뿐 아니라 이엔플러스가 소방차를 공급해 온 필리핀 시장을 타깃 삼아 '전기 지프니'를 포함한 전기차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배달과 배송이 익숙해진 세상이 되었다. 배달의 민족으로서 전기차 전환은 필수적인 고민이 아닐까 싶다. 물류 모빌리티의 전기차 전환은 승용차 못지 않게 중요하다. 승용차의 하루 주행거리는 기껏해야 출퇴근 거리인 수십km 정도에 불과하지만, 물류용 오토바이나 트럭의 하루 주행거리는 수백 km, 많게는 1000km를 넘어간다.

친환경 물류차를 확산하기 위한 첫 걸음은 스타 기업을 키우는 것이다. 이를 위한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인프라 구축과 인센티브 지원이 필요하다.

필자소개 : 강태경 부사장은 그래핀 등 소재R&D 분야의 전문가로, 도전재 솔루션과 방열 소재를 만드는 이엔플러스 신소재사업본부 부사장으로 재임중이다.